서울 아파트 시장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셋값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올랐고, 서울 저가 아파트 시장은 아예 직격탄을 맞았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전세보증금에 매수가 가능한 서울 외곽의 저가 아파트 가격이 상승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아파트 값 인상은 다시 중고가 아파트 가격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시장에선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정부의 규제가 얽히면서 애꿎은 서민들의 고통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같은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18억4605만원(7월)에서 19억2028만원(10월)으로 4.0% 상승했다. 저가 아파트 상승폭이 고가 아파트의 두 배에 달한 셈이다.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와 전셋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를 대체할 만한 서울 저가 아파트값을 크기 올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 저가 아파트값은 최근 2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서울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018년 말 3억5111만원에서 지난 2019년 3억7019만원으로 소폭(5.43%) 오른 뒤 올해(10월 말 기준) 4억5638만원으로 무려 23.28%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면서 "실수요장인 전세시장을 건드리면 나오는 다양한 역효과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보증금과 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찾다보니 수요가 서울 외곽에 있는 하위 아파트로 몰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전세 평균가격은 4억639만원, 서울 평균 아파트전세가격은 5억3677만원으로 서울 1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값에 근접하다.
대표적인 곳이 성북, 노원, 금천구 등이다. 모두 서울 외곽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10억원 키맞추기 현상에 들어갔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금천구에서는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전용 85㎡이 지난 7월 7억9300만원에서 지난 9월 8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75.03㎡)도 지난달 6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 1월 4억원과 비교해 9개월만에 2억원이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전세시장 문제는 정부가 시장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고 정책을 쓰면서 심각한 물량 위축을 불러온 결과"라며 "3040의 패닉바잉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인데 교통인프라가 뒷받침된 외곽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가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결국 중고가 아파트 가격도 상승압박을 받기 때문에 결국 연쇄적인 인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