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찰 업보 너무 많아…자성해야"

2020-10-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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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망에 '검찰애사' 글 올려

임은정 부장검사. [사진=연합뉴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이 "검찰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는데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며 내부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임 부장검사는 30일 오전 검찰 내부 온라인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 애사(哀史)'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잘못을 질타하는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나"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날 대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 실형을 확정한 것으로 글을 시작했다. 2007년 검찰은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공모·다스 차명재산 의혹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그해 12월 김홍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는 "의혹 규명에 노력했으나 다스가 이명박 후보 소유라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임 부장검사는 "그때 수사팀에 있던 검사들이 'BBK (전 대표) 김경준은 사기꾼이다', 'BBK는 끝나지 않았다'는 상반되는 말을 했다"면서 "김경준이 거짓말을 했을 수 있지만 적잖은 국민은 그가 아닌 검찰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겠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지난주 실형이 선고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뇌물죄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묻지 않는 면소 판결을 받은 것, 고(故) 김홍영 검사 상관인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뒤늦게 불구속기소된 것, 후배 검사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진동균 전 검사가 검사직을 떠나서야 구속된 것도 거론했다.

임 부장검사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중단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중대한 직무상 범죄라고 기소한 검찰이 이런 범죄는 못 본 체하고 비판도 못 들은 척했다"며 "범죄자에게 책임을 따져 묻는 검찰이 정작 정의를 지연시킨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난 동료가 많아 욕먹을 글인 걸 알지만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속속 이뤄지고 있는 이때에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짧게 쓴다"고 글을 맺었다.

임 부장검사 글을 두고 내부에선 반대 댓글이 잇달았다. 정모 검사는 "물타기로 들린다"며 "부장님을 정치검사로 칭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달라"고 밝혔다. 반면 한 수사관은 "외로운 투쟁으로 개혁을 이끈 임 부장이 정치검사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앞서 최재만 춘천지방검찰청 검사(36기) 글에는 동조 댓글이 줄을 이었다. 최 검사는 전날 이프로스에 "현재와 같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게 분명하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의 맏사위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 조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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