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이 "검찰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는데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며 내부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임 부장검사는 30일 오전 검찰 내부 온라인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 애사(哀史)'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잘못을 질타하는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나"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그때 수사팀에 있던 검사들이 'BBK (전 대표) 김경준은 사기꾼이다', 'BBK는 끝나지 않았다'는 상반되는 말을 했다"면서 "김경준이 거짓말을 했을 수 있지만 적잖은 국민은 그가 아닌 검찰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겠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지난주 실형이 선고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뇌물죄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묻지 않는 면소 판결을 받은 것, 고(故) 김홍영 검사 상관인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뒤늦게 불구속기소된 것, 후배 검사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진동균 전 검사가 검사직을 떠나서야 구속된 것도 거론했다.
임 부장검사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중단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중대한 직무상 범죄라고 기소한 검찰이 이런 범죄는 못 본 체하고 비판도 못 들은 척했다"며 "범죄자에게 책임을 따져 묻는 검찰이 정작 정의를 지연시킨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난 동료가 많아 욕먹을 글인 걸 알지만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속속 이뤄지고 있는 이때에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짧게 쓴다"고 글을 맺었다.
임 부장검사 글을 두고 내부에선 반대 댓글이 잇달았다. 정모 검사는 "물타기로 들린다"며 "부장님을 정치검사로 칭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달라"고 밝혔다. 반면 한 수사관은 "외로운 투쟁으로 개혁을 이끈 임 부장이 정치검사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앞서 최재만 춘천지방검찰청 검사(36기) 글에는 동조 댓글이 줄을 이었다. 최 검사는 전날 이프로스에 "현재와 같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게 분명하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의 맏사위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 조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