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의 최대 100%까지 오른다. 현재 공시가격은 시세의 50~70%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적정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3개안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80%, 90%, 100%다.
80%로 적용할 경우, 공시가격 변동폭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효과가 낮다. 30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비율이 이미 79.5%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 수준보다 낮게 결정하는 관행이 누적돼 적정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만큼 정책 목표 달성에는 미흡한 것이다.
그렇다고 100%까지 올리면 법률상 적정가격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공시가격이 시세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 65.5%,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다. 90%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수준보다 최대 36.4%포인트 높아진다.
정부는 '선균형 후제고' 방식으로 현실화율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의 공시가격은 고가와 저가 부동산의 현실화율 편차가 넓게 분포한 만큼 형평성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9억원 미만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68.1%인 반면, 9억~15억원은 69.2%, 15억원 이상은 75.3%다.
이에 따라 초기 3년을 균형 목표 현실화율 도달기간으로 설정해 9억원 미만의 가격대 평균을 2~3%포인트 올려 중저가 주택의 초기 부담을 완화한 뒤 이후 9억원 이상과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에 해당하는 시세 10억원 '마곡엠벨리' 84㎡(이하 전용면적) 보유세는 239만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각각 90%와 100%로 올랐을 때를 가정한 추산(이하 동일 조건)이며, 올해 184만원에서 29.8% 증가한 수준이다.
현재 시세가 28억원인 반포자이 84㎡의 경우에는 올해 1000만원에서 향후 3200만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다만, 종부세 비과세 대상인 시세 6억원 '중계 무지개 아파트 2단지' 59㎡ 예상 보유세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더라도 올해 보유세 45만원에서 73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정부가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을 대폭 올리면서 시장에서는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세 부담이 결국 매매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서초구 신반포역 인근 A공인 대표는 "취득세·보유세·양도세를 올리면 그 금액은 고스란히 매매가에 반영이 된다"며 "주변 집값이 같이 오른 상황에서 세금을 매매가에 반영하지 않으면 거주 이전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