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 '쌍순환' 밸류체인에 올라타라

2020-10-26 06:00
  • 글자크기 설정

코로나19 속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中경제

中내수 활성화 위해 외국기업 참여는 필수

디지털경제, 바이오헬스, 신소재 등 분야서 협력 모색해야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쌍순환 전략(双循環戦略; Dual Circulation Strategy)이 바로 그것이다. 쌍순환이란 중국 경제의 총체적 대순환을 주체로 한 ‘국내순환’과 ‘국제순환’의 상호 촉진 전략으로, 내수와 수출의 연계 발전을 의미한다. 지난 5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제시됐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기술이전 제한 등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 의해 국제무역이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수출의존형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거대한 내수 시장의 잠재력을 살려 대외 무역 축소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쌍순환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쌍순환 전략은 세계경제 침체, 국제 무역과 투자의 위축,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세계화의 역류,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고 독자적인 생존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밀접한 관계인 캐나다나 호주 등 국가를 제외하고 유럽 및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부터 수출의존형 중국 경제성장의 한계를 의식해 내수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국내 순환은 연해지역과 서부지역, 도농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유기업 개혁이나 금융 자유화 등 중국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면서, 과도하게 수출이나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다.

기존 경제 발전 모델이 국제지향적인 무역 위주였다면, 쌍순환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국내 순환이다. 국내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외자기업의 참여와 투자는 필수적이다. 내수시장의 진작을 위해선 외국기업에게 내수시장의 투자장벽을 낮추고, 구조개혁을 통한 전면적 변혁은 필수적이다. 중국 국내 시장을 잠시 내주는 대신, 외자와 선진기술을 이전 받는다는 전략이다. 최근 금융시장 대외 개방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 축소에 목마른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내수시장의 확대 전략인 쌍순환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4억명에 달하는 중위소득층과 14억명의 인구가 형성하는 초대형 내수시장, 강한 제조업, 빠른 정보화, 지속적인 도시화, 농촌 현대화라는 잠재력까지 갖춘 매력적인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도 글로벌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의 옆집에 내수시장 확대를 전제로 하는 ‘쌍순환’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3.2% 반등에 이어, 전년 동기보다 4.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쌍순환 효과로 내수시장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시장은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구매력 있는 인구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다행스럽게 소비재의 경우, 중국인들은 중국산 제품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자국 상품에 대한 품질과 서비스를 별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세계적 명품을 선호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국산 전자제품, 화장품, 헬스케어제품, 일상생활용품, 한류 드라마, K-POP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경제, 스마트 제조, 바이오헬스, 신소재, IT,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한발 앞선 분야가 많아 중국과 협력할 분야가 많다. 우리는 중국 시장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지지 못한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과 신 성장산업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을 가진 우리는 중국이 구축하고 있는 쌍순환의 밸류 체인에 올라 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일은 미·중간의 정치적인 분쟁에 쉽게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국 모두 자국의 안보에 위해를 가하거나 가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가는 중국에 중간재를,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우리기업에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국가간의 정치·안보 갈등에 우리가 휘말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간간이 터져 나오는 한·중간의 감정적인 갈등에도 대범한 자세로 국익과 국민적 자존심 사이의 균형을 잡는 전략적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시장을 오직 물건을 파는 시장으로만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무역이란 원천적으로 국가간 분업의 효과에 기반해 발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서로에게 결핍된 것을 상호 보완할 때 더욱 탄탄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뭔가 얻을 때는 주는 것도 있어야 오래간다.

중국과 우리는 오래된 이웃이다. 시대에 따라 한때 은원(恩怨) 관계에 놓인 적도 있었지만, 과거에 매몰돼 있으면 미래로 나갈 수 없다. 민족적 자존심을 살리는 길은 우리가 도덕적인 우위를 가지고, 그들보다 정직하고 잘 사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속으로 남을 미워하면 아무리 겉으로 잘해도 결국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오래간다. 중국의 쌍순환전략에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전략적인 고민을 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