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中 회계장부 믿을만한가? 증시 투자 옥석 가려야

2020-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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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식시장 신뢰할 수 있는가

국가이익과 주주이익의 충돌

中주식시장 투자에 앞서 '공부'가 우선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속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주식시장은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잠시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듯하다.

은행 저축의 이자 수익이 '제로(0)'에 수렴하면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시중에 넘쳐나며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낮에는 한국시장, 밤에는 미국시장을 넘나드는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들이 적지 않게 형성돼 있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미국을 넘어 이제 중국 주식시장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4.9%를 기록했다.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과 수출 경쟁력을 가진 나라다.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인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중국 주식시장은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 통계 수치와 기업의 회계장부는 투명하지 않을뿐더러 시장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기업의 규모는 커지며, 촹예반(創業板)·커촹반(科創板) 등 벤처기업이나 기술 특례 상장을 지원하는 거래소 개혁도 나름대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약적인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실력보다는 정치적인 목적과 '관시(關係·인맥)'를 통한 회계 분식, 상장 압력 등이 시장의 자발적인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식시장은 신뢰할 수 있는가

중국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는 대기업은 대개 국영기업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들은 대부분 민영기업이다. 국영기업은 당(黨)이나 정부의 입김이 워낙 세어서 자유시장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계획경제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적자원 배치나 생산규모 그리고 가격 산정도 정부의 입김에 의해 좌우된다.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나 주주의 이익보다 국가 정책에 의한 산업 배치나 외자유치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경제전쟁에서도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국가이익과 주주이익의 충돌

중국의 영도자들은 "국영기업은 당과 국가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이처럼 환경의 영향을 받는 국영기업이 주주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리 만무하다. 기업은 국가 정책의 실질적 추진 주체가 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 같은 정책적 이슈에 기업이 이용된다. 주주 이익은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다.

중국 기업의 분식회계는 이미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을 경계로 박스권에 갇혀 천장을 뚫고 우상향하지 못하는 것도 소수 대주주들에 의한 이익 빼돌리기, 유상증자 같은 물타기로 상승 여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기업의 가치와 신뢰를 높이는 데 노력하는 것에 비춰 보면,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먼 나라임에 틀림없다.

중국도 형식적으로는 국제회계기준 준수를 공언하고 있으나, 대주주 및 경영자가 마음 먹고 장부를 속이려고 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회계장부는 실질적인 장부가 있는가 하면, 세무서용·은행용·투자자 열람용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분식회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별로 없고, 위반하더라도 처벌이 미약하다.

미국 같은 선진국도 주식 거래 초창기에는 적지 않은 분식이 있었지만, 100년간 끊임없이 제도와 의식의 개선을 거쳐 비교적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거치면서 회계 선진화가 진행돼, 오늘날 회계 분야는 아시아권에서 일본보다 더 신뢰를 받고 있다. 

◆中 주식시장 투자에 앞서 '공부'가 우선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관심 분야 산업과 관련 기업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다. 투자하는 회사 내부에 정통한 인사나 친구가 있는 것도 안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 중국 정부는 지방 정부에 반도체 굴기를 위한 기술 도입과 공장 건설에 천문학적 예산을 퍼부었다. 이에 따라 수백개 반도체 회사들이 생겨났지만, 대개는 실체가 없다. 기술과 설비를 갖춰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손꼽을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에도 마오타이, 텐센트, 알리바바, 항서제약, 핑안보험 등 검증되고 신뢰할 만한 대형 우량 기업이 존재한다. 또한 중국은 유동성이 엄청나게 풀려 있는 데다가,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의 물꼬를 막고 증시로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단기적 폭락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하다.

그러나, 증시에 상장된 규모있는 기업일지라도 정부의 명령이 있으면, 기업의 수익에 상관없는 분야에 진출하거나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개미, 중국엔 '부추'

중국에도 우리의 동학개미에 해당하는, ‘부추(韮菜·주차이)’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 숫자가 1억5000만명을 넘는다고 하지만, 투자에서 이익을 보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투자액도 1000만원 이하로 적을뿐더러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저학력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진 고학력의 스마트한 우리나라 개미들이라면 중국 부추들과 한판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주식을 사야 하는가? 주식은 폭락장에서 매수하고, 폭등한 후 파는 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된 지혜다.  자기가 정한 투자 원칙을 만들고 그것을 철저하게 고수할 수 없거나, 탐욕과 공포를 다스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차라리 중국 주식 시장을 거들떠보지 말기를 바란다.

주식시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곳이다. 우량 주식을 끈질기게 보유한 소수의 사람들만 언제나 보상을 받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단타에 익숙한 투자자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모두 돈을 먹기는 매우 어렵다. 차라리 전문가를 찾아 비용을 지불하고 그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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