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탄소중립’ 목표 ‘2600만 톤 폐의류 산' 넘어야

2020-10-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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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의류 폐기물 문제 심각.. 매년 생산되는 2600만t 중 재활용 1%불과

패션 산업은 전세계 탄소 배출양의 약 10% 차지할 만큼 비중 커

中 제도적·인식적 문제로 의류 재활용 어려워... 업사이클링 스타트업에 기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최근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오는 206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목표 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매년 2600만t씩 쌓이는 ‘의류 폐기물 산’도 그중 하나.

◇세계 최대 패션 시장 중국, 연간 생산되는 티셔츠만 50억장

중국 베이징 거주민인 자오샤오씨는 최근 ‘저탄소는 따뜻한 사랑’이라는 문구가 적힌 녹색 의류 수거함에 입지 않는 옷가지들을 넣으면서 이 폐의류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는 “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중국의 빈곤계층에게 전해진다면, 멋진 일이 될 것 같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그의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들 중에서 자선단체로 향하는 양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거나, 불태워지거나 매립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50억장 이상의 티셔츠가 생산되는 거대 패션시장이다. 전자상거래의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패션 시장에 오르기까지 했다. 전 세계 24개국에 진출한 일본 의류 대기업 유니클로 글로벌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나올 정도다.

중국을 세계 최대 패션 시장으로 올려놓은 건 중국인들이 ‘패스트 패션’을 선호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의류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값이 저렴한 대신 수명이 짧다. 중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이 2600만t에 달하는 이유다.
 

중국 난징시에 설치된 분리수거함 [사진=펑파이신문 캡쳐]

◇헌옷 중 단 1%만 재활용... 영리 목적 헌옷 판매 금지

문제는 중국에서 버려지는 ‘헌옷’ 들 중 단 1%만이 재활용된다는 점이다. 의류 재활용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는 이유는 크게 제도와 인식, 두 가지 문제로 나뉜다.

일단 제도적으로 중국에서는 헌옷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중국에서는 버려진 옷을 정부 승인을 받은 자선단체들이 수거해서 처리한다. 이들은 옷을 상태에 따라 분류해 우수한 상태의 옷만 해외로 판매하거나, 국내 중고시장에 내놓는다. 나머지 옷들은 그대로 폐기물로 처리돼 버려지는 구조다. 

이처럼 자선단체를 통하거나, 자선 의도가 아닌 영리 목적의 헌옷 판매는 위생 건강상의 이유로 금지돼 있다. 게다가 이런 추세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강해졌다.

실제 최근 블룸버그 취재진이 찾은 베이징의 중고용품 시장에서 장난감, 책, 인테리어용품 등 코너에는 사람들이 몰렸지만, 의류 코너는 파리만 날릴 뿐이었다. 헌옷이 비위생적이란 인식이 강해 전염병 감염 우려 등이 커진 탓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중국인들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헌옷을 입으면 가난한 사람’이란 인식도 의류 재활용의 방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고용품 시장에 방문한 첸원씨는 “대다수 중국인들은 중고 의류를 구매하거나 입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중고의류를 사는 게 친환경적이라는 생각보다는 유명 브랜드 의류를 사지 못할 만큼 재정적 여유가 없고, 가난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빈곤층에 전해지는 의류 중에서도 버려지는 게 많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헌 의류 수출 업체인 바이징위의 제이슨 팡 대표는 “기부되거나 수거한 옷들 중 15%를 빈곤계층에 보내주고 있는데, 예전엔 70점 등급의 자켓도 수요가 있었지만, 이제 90점 등급의 자켓만 찾는다”고 밝혔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헌 의류 수출 업체인 바이징위 내부. [사진=블룸버그 캡쳐]

◇의류 폐기물 문제 해결책으로 '소각' 꼽혀... "탄소 배출량 줄일 수 있나"

버려진 의류를 되팔거나, 재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쓰레기로 분류돼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는 의류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도 곤욕이다.

이미 중국 내 654개 폐기물 매립지가 의류 폐기물로 포화 상태다. 축구장 면적 100배에 달하는 중국 최대 쓰레기장은 건설 당시 예상했던 쓰레기 양보다 많은 양이 빠르게 채워지면서 계획보다 25년이나 먼저 가득 찼다. 육지에서 감당이 안된 일부 쓰레기는 연안 해역으로 건너갔다. 중국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억㎥에 달하는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졌다고 한다.

결국 중국에서는 의류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소각’이 떠올랐다. 부피를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류폐기물을 소각하면서 배출되는 탄소와 환경오염 물질이다.

영국 환경보호 비영리기구인 엘렌맥아더재단에 따르면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10%가 패션산업에서 나온다. 이는 세계 모든 항공기와 해상운송기를 통해 배출되는 탄소의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옷 1㎏이 재활용된다면 3.6㎏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고 물 6000ℓ를 절약할 수 있다고 엘렌맥아더재단은 설명한다.

그런데 중국은 의류폐기물 소각으로 발생하는 환경 오염물질을 재생 에너지로 간주하고 지난 5년간 소각시설을 2배 이상 늘리려고 했다.

중국의 탄소 배출 제로 목표 달성에 의류폐기물 문제가 장애물이라고 꼽히는 이유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앞으로 40년 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 배출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의류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의 탄소제로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글로벌 재활용 관련기구인 국제재활용국의 앨런 휠러 대표는 “중국의 의류폐기물 처리방법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의류의 내구성을 이용한 재활용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더 적은 양의 의류를 구매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 스타트업 의류 업사이클링 관심 늘어나

그나마 희망적인 건 최근 중국의 많은 스타트업이 의류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에 최근 창립한 ‘리클로딩 뱅크(reclothing bank)’도 이 중 하나다.

리클로딩 뱅크는 베이징 인근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농민공(이주노동자)를 고용해 헌옷을 자르고 이를 패치 형식의 가방, 자켓, 카펫 등으로 새롭게 제작해 판매한다.

장나 리클로딩 뱅크 창업자는 의류 업사이클링 제품 수요가 생각보다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상하이의 한 중년 인사가 월급의 절반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업사이클링 코트를 구매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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