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9건 발생하며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의 사인이나 이상반응 발생과 독감 백신 간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은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사고와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가 독감백신 예방접종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21일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신고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9건이다. 전날 기준 독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는 431건이었다. 이 중 154건은 유료접종자였고, 277건은 무료접종자였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 9건 중 8건은 어르신들”이라며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정 백신에서 중증이상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전체 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인천 지역 17세 남성이 14일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졌다. 지난 20일에는 전북 지역 77세 여성, 대전 지역 82세 남성, 서울 지역 53세 여성이 사망했다. 이날 추가로 대구 지역 78세 남성, 제주 지역 68세 남성, 경기 지역 89세 남성이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두 명의 경우 유가족 요청에 따라 지역, 성별, 접종일, 사망일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독감 백신 관련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는 ‘백신이 안전한지 모르겠다’는 등 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글이 쏟아졌다. 유료접종 대상자인 20∼50대 청장년층에서도 접종 기피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한 주부는 “이번 주에 가족 모두 접종을 계획했는데 올해는 독감 백신을 건너뛰려고 한다. 아파트 채팅방에서도 이런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정상적인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사망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독감 백신보다는 다른 사망 원인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 접종 후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 다만 제조·유통·보관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면서 “부검 결과 등 조사가 하루 이틀 만에 끝나지 않는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대상자들이 제때 접종을 완료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대상자 1900만명 중 약 830만명만이 무료 접종을 했다. 약 1000만명의 인원이 더 접종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접종 진행률이 저조해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인 ‘트윈데믹’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을 중단하거나 미루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당장 원인은 알 수 없고, 예방접종으로 얻는 이득(감염병 유행 예방)이 훨씬 크다. 접종을 늦출 이유가 없다. 또 독감 백신이 오래도록 쓰여 왔던 것은 그만큼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도 “독감 백신이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써온 백신이다. 부작용 있을 수 있지만, 분명 이득이 많다고 확인돼 그동안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적어도 고위험군, 고위험군에 전파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꼭 접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