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월성 1호기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1982년 11월 가동을 시작했고, 2012년 11월 설계수명(30년)을 마치면서 가동이 정지됐다. 월성 1호기는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 운전 허가를 받고 같은 해 6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 시민단체의 수명연장 허가 취소 소송으로 인해 2017년 2월 수명연장 처분의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판결에 한수원은 항소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수원은 2018년 6월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당시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운영허가 기간이 남아 있었다. 이후부터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둔 정치적 공방이 이어졌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가 안전성 강화를 위한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 측은 감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9월 30일 감사원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감사에 착수했고 1년여 만에 결과를 내놓았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당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을 두고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제성 평가과정에 관여해 업무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판단했다. 백 전 장관이 2018년 4월 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해서다. 또한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불합리한 외부평가도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을 대상으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이미 퇴직한 만큼 향후 재취업·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감사자료를 당국에 통보토록 했다.
감사원의 감사행위를 방해한 산업부 직원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했다. 산업부 A국장과 B부하 직원은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지시하거나 실제로 삭제했다. 감사원은 A국장과 B씨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82조에 따른 징계와 더불어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를 송부하기로 결정했다. 산업부는 이번 감사원의 판단에 대해 관련 사안의 문제점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더구나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에서 18%로 낮추는 등 속도를 내던 탈원전 정책에도 찬 물을 끼얹게 됐다. 야당은 이날 감사 결과 발표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사망선고"라고 지적하며 탈원전 정책의 즉각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의 전력 단가를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예측되는 단가를 사용토록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사익편취는 아니므로 이를 업무상 배임죄로 보진 않았다. 감사원은 한수원 정 사장에 대해 '엄중 주의 요구' 조치를 결정했다.
한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며, ‘원전 계속운전 등과 관련한 경제성 평가 관련 지침 마련’에 대해서는 산업부와 협의해 후속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