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진두지휘해야 할 박능후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이 두 달 가까이 협의체 구성에 시간을 끌면서,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문제를 초기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장 의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시가 떨어졌지만, 의사 국시에 발목 잡힌 형국이 됐다.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공식적인 협의는 국정감사 이후가 될 전망이다.
18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정협의체 구성을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섰지만 의료계는 국시 재응시 문제에 대한 해결이 없으면 협의체 구성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시 재응시가 해결 안 되면 의정협의체 구성은 없다"며 "복지부에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2700여 명의 신규 의사(인턴)가 배출되지 않으면 그 다음엔 전공의 1년차가 나올 수 없게 된다. 또 나가야 할 4학년이 (학교에) 정체되기 때문에 신입생을 기존과 같이 뽑아서 교육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지방 의료원들이 신규 의사인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이 부족하게 되면 국민 건강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 번 의사를 제대로 배출하지 않으면 그 여파가 5년 정도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생의 대국민 사과 문제에 대해선 "잘못된 정책에 반발했던 의대생들이 사과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의대생들은 의사도 아니고 아직 학생"이라면서 "정부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지난달 초 의협과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협의체 구성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국 총리가 지시를 내리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협의체 구성을 진행하기 위해선 '국시 재응시는 불가'라는 대전제를 깨야 하는 입장이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의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달라"고 지시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주 중 진행할 계획이었던 실무협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의협이 의사 국시 재응시 문제로 실무협의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건부(국시 재응시 해결)로 협의체를 진행한다는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우리는) 계속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음 주라도 당장 실무협의를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식적인 협의에 대해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공식 협의는 10월 안에 진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10월22일) 국정감사가 끝난다.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국시 재응시 문제 해결은 이달 20일까지가 마지노선이다. 의사 국시는 실기와 필기로 구분돼 각각 시행되는데, 실기시험의 경우 6주 정도 시간이 소요돼 이달 셋째 주 원서 접수가 시작돼야 올해 추가 실기시험을 11월 말까지 끝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선 30개가량의 면허를 다뤄 12월부턴 추가 실기시험을 진행할 수가 없다.
한편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의료 육성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 지난달 1일로 예정됐던 국시를 거부했다. 이에 국시 일정이 지난 8일로 연기됐지만 대다수가 응시를 거부했다. 의대생들은 재접수 기한 연장 이후 18일이 지나서야 응시 의사를 밝혔지만 복지부는 재응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