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계열사 ‘내부거래’, ‘재무 악화’ 무더기 ‘과소계상’…의도된 실수인가

2020-10-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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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무더기로 왜곡·누락하고 악화된 재무구조를 축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4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를 보유한 코스피 상장사인 롯데지주 측의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그 정도가 심하다. 이러는 동안(5월 29일~9월 25일) 회사 주가는 3만43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무려 20% 가까이 폭락했다.
 
부채비율 100% 축소 3곳·손익 악화 무더기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현황에서 계열사인 서울복합물류프로젝트금융투자의 부채비율을 1740.06%로 정정했다. 지난 5월 29일 제출한 기업현황에서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7.4006%에 불과했다. 약 3개월 만에 계열사 부채비율이 100배 늘어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서울복합물류자산관리의 부채비율은 0.334%에서 33.40%로,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의 부채비율은 22.9152%에서 2291.52%로 100배 증가했다. 롯데컬쳐웍스는 비유동부채와 부채총계는 줄이고 자본금, 자본총계는 과대계상해 부채비율이 158.34%에서 225%로 뛰었다. 물론 소폭이나마 부채비율이 축소된 계열사도 있었다. 산청음료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07.92%에서 105%로 3%가량 줄었다.
계열사 손익이 크게 뒤바뀐 곳도 있다. 부산롯데호텔의 기타비용 가운데 이자비용은 76억2300만원에서 97억1600만원으로 27% 늘었다. 씨에스유통의 경우 기타비용 107억6000만원과 이자비용 5억4300만원, 롯데제이티비의 경우 기타비용 11억3500만원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산청음료 역시 매출이 372억93000만원에서 162억2300만원으로, 영업이익은 29억6400만원에서 10억41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9억3200만원에서 3억8600만원으로 각각 96%, 64%, 80% 축소됐다. 반면 롯데네트웍스는 기타수익이 갑자기 3배 넘게 증가하면서 당기손실이 1015억7900만원에서 779억6400만원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내부거래 왜곡·누락도··· 5대 기업집단 중 유일
롯데지주는 당초 기업집단현황에 계열회사와 상품용역거래로 올린 매출을 전부 누락시켰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계열사와 상품용역거래로 올린 국내 매출액은 3897억1100만원에 달했다.

실제로 롯데지주는 베트남 롯데리아법인을 통해 올린 매출액 1053억원도 빼먹었다. 이 밖에도 그린카(320억3700만원), 충북소주(177억8600만원), 롯데김해개발(28억8800만원), 스마일위드(2억5600만원)가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로 올린 매출액도 모두 누락시켰다.

계열사 간 거래액이 축소·왜곡된 경우도 많았다. 산청음료가 모회사인 롯데칠성음료와 거래한 액수는 135억6600만원이 36억700만원으로, 다른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액은 135억6600만원이 36억700만원으로 과소계상됐다. 서울복합물류프로젝트금융투자 국내계열사와 거래한 액수도 261억7900만원에서 44억9800만원, 회사가 계열사와 용역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542억9900만원이 44억9800만원으로 축소됐다. 롯데송도쇼핑타운도 롯데쇼핑과의 상품용역거래액 65억6700억원을 16억4200억원이라고 축소했다.

계열사 간 자금거래가 누락된 부분도 많았다. 산청음료와 롯데자이언츠가 계열회사와 거래한 기타합계 자금은 각각 60억원, 150억원에 달했지만, 당초 보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면세점제주의 경우 누락됐던 계열사와 자금거래액이 무려 550억원에 달했다.

5대 대기업(공정위 집계 순위 기준) 지주회사 가운데 올해 공정위에 낸 기업집단현황이 바뀐 경우는 롯데 외에 현대자동차뿐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단순 오기로 해외계열사명 철자와 최다출자 회사만 바꿨을 뿐이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 호주법인 철자 가운데 일부를 ‘P-t-Y’로 잘못 적어 ‘P-v-t’로 고쳤고, BAIC Hyundai leasing의 최다출자자를 현대캐피탈에서 BACI Motor Corporation으로 정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롯데지주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한 유가증권 상장법인 관계자는 “공시담당 관계자가 바뀌었다면 단순 실수로 볼 수 있지만 책임자 변경은 최근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드러난 문제를 숨기기 위해 벌금이나 벌점을 각오하고 공시자료를 손댄 게 아니라면 이 같은 실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측은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올해부터 내부 자체 점검을 강화하면서 생긴 일"이라며 "정정 기한 내에 자체적으로 수정했고, 고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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