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수도 도쿄 인근 지역에서 원인 모를 냄새가 발생하자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있었던 악취 소동의 악몽이 소환됐다. 당시 지진이 일어나기 한달 전부터 타는 듯한 냄새가 여러 번 포착됐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수도권에 퍼진 냄새가 인체에 무해하다며 시민을 안심시켰지만, 일각에서는 큰 지진의 전조증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도쿄와 가까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와 요코스카시에서는 지난 6월부터 '가스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4일 가나가와현 미우라시에는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최초 접수됐다. 미우라시는 도쿄와 접한 가나가와현에 있는 도시로, 미우라카이간역(三浦海岸駅)과 도쿄역은 지하철로 약 1시간 20분 거리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도 "올해 6월부터 요코스카시나 요코하마시 등 가나가와현에서 원인모를 악취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며 "악취 발생원인과 물질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함께 정보를 수집하면서 필요한 경우 전문가를 파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지진 전조 증상이 아니냐며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악취 소동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인 4월 28일, 일본 중부내륙 지방인 나가노(長野)현에서 흔들림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유감'(有感) 지진이 최근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가노현 중부가 진원인 진도 1 이상의 유감 지진이 지난 22일 이후 약 60차례 발생했다. 진도 1은 실내에 가만히 있는 사람 중 일부가 흔들림을 감지하는 수준이다.
또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한 달 전부터 타는 냄새가 난다는 '악취 소동'이 일어났던 만큼 가나가와현을 뒤덮은 악취는 일본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미즈키(28)씨는 "때때로 여름에 유황 냄새가 난 적은 있지만, 가나가와현 전체를 뒤덮을 만큼 악취가 오래 지속한 적은 없었다"며 "과거 고베 대지진 때도 이와 유사한 냄새가 났던 점 때문에 지진 전조 현상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홈피이지내 '자주 묻는 질문' 게시판을 통해 "암반 균열로 인해 지진 발생 이전부터 전자파 현상, 냄새 발생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진 예측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일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컴퓨터·휴대전화 접속불량 △텔레비전·라디오 수신불량 △개의 이상한 짖는 소리 △고양이가 도망가거나 불안해함 △큰 새 무리의 집단 이동 △방사상 패턴의 구름 △냉장고에 붙은 자석 떨어짐 등을 지진 전조 현상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