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25일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보유한 지분 35.24% 중 24.33%를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받게 된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내년 9월 25일 이후(셀트리온헬스케어 설립 1년 후)에서 같은 해 12월 31일 사이에 합병할 계획이다. ‘서정진→합병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형태로 지배구조가 바뀌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해소되는 동시에 지주사 설립에 따른 과세특례(2021년 말 종료)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주식 처분 시까지 양도 소득세 과세를 이연받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분 처분 가능성이 없는 서 회장 입장에선 세금 납부를 면제받는 격이다.
기존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셀트리온이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한 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번 공시에도 셀트리온 3총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 계획이 포함됐다.
기존 시나리오 대로라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둘 중 하나는 존속기업이 된다. 셀트리온이 남는다면 서 회장은 세금을 내야 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남는다면 세금 회피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셀트리어헬스케어홀딩스 설립이 선행되면서 이러한 이슈들이 부각될 확률은 제로(0)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셀트리온그룹, 최종 목표는 공매도 방어
셀트리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강조했다. 타당한 주장이지만 시장은 ‘왜 지금인가’에 대해 더 집중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에 따른 수혜와 함께 효율적인 공매도 방어가 꼽힌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2017년 7월)하기 전만 해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수년간 공매도에 시달렸다. ‘분식회계’, ‘임상실패’ 등 온갖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단연 주가는 짓눌렸고 일반 주주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포함한 모든 의혹을 떨치기 위한 최고 방안은 단연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후 셀트리온 3총사 합병이었다. 하지만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주가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합병을 추진한다면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장 후 ‘과도한 재고’ 이슈에 몸살을 앓았다. 셀트리온 매출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제품을 넘기면서 발생하면서 그룹 전반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실제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연간 매출액 대비 1.5~2배 수준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분식회계 논란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서 셀트리온 3총사 주가는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
셀트리온그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가’다. 서 회장은 직접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꾸준히 주가를 방어하는 데 앞장섰다. 현재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 대부분은 담보로 잡혀 있으며 그 규모는 전체 발행주식의 7%를 넘는다. 양사가 보유한 총 지분(22.13%)의 3분의1 수준이다.
만약 주가가 하락해 반대매매가 나온다면 지배력 측면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 4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하면서 공매도로 활용될 물량도 늘었다. 3% 안팎의 높은 이자부담을 감수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셀트리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최종 목적은 공매도 방어라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 3총사 합병으로 각종 의혹을 해소하면 패시브 자금 유입 등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는 탓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셀트리온 3총사 합병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합병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재고 이슈가 해소와 동시에 기업 덩치(합산 시가총액 약 50조원)가 커지면서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이 유입돼 주가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사 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합병에 따른 주주반발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중단(2021년 3월까지)돼 주주들에게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