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소방관이기 때문에 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지만 그 중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출동도 많다. 얼마 전 80대 노인이 살고 있는 한 빌라건물에 연기가 가득 차 있다는 신고가 있었다. 놀란 마음에 서둘러 달려갔고 현장에 도착하니 노인이 안방에서 주무시고 있었고 주방에선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사건인 즉 연기가 가득 차면서 노인의 집 천장에 설치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울리고 있었고 이를 들은 이웃 주민이 신고를 한 것이다. 비록 노인은 귀가 어두워 단독경보형 감지기 소리를 듣지 못하였지만 이웃 주민이 듣고 신고한 덕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주택용 소방시설’로 일컬어지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를 통해 화재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사례는 비단 한두번이 아니다. 최근에도 안방에서 향초를 피우고 외출했다 이불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였지만 단독경보형 감지기 소리를 듣고 가족들이 즉시 소화기를 사용해 진압한 사건, 수십명이 거주하는 공동주택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주민이 신속하게 소화기를 사용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사건 등 필자가 직접 본 사건 말고도 하루에도 수차례 주택용 소방시설을 통해 대형 화재를 막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에도 불구, 재난취약계층을 포함하여 가구당 주택용 소방시설의 보급률은 60%가 채 안된다. 작년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20010~2019년)간 발생한 화재 사망자 3024명 중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869명(62%)을 차지할 만큼 높다. 주택용 소방시설이 전부 보급되고 소화기 사용법만 제대로 익혀도 상당부분 감소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 하다는게 아쉽게만 느껴진다.
이를 위해 소방서 차원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독거노인 등 많은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하고 있고 2025년까지 90% 이상 보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시민들의 관심도가 낮아 그 목표는 현재까지 멀기만 하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나뿐만이 아니라 나의 가족, 이웃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소중한 가족을 생각한다면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는 더 이상 미뤄도 되는 것이 아니다. 인근 마트에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고 인근 소방서 원스톱 지원센터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초기 화재 시 소화기 한 대는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역할을 한다. 다가오는 추석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전하고 따뜻한 추석을 보내기 위하여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한다면 그 무엇보다 뜻깊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