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6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추석 특별방역을 기다리다간 3차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우리 정부의 방역정책을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25%까지 치솟았다”고 우려하며 “정밀 방역 정책을 통해 추석 전 감염 확산 상황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추석 특별방역’만큼 앞으로 2주간 방역 활동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회, 병원, 사무실 등 곳곳에서 감염 전파 고리가 이어지는 양상이며, 2.5단계를 시행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주째 100명대에 머물렀다. 게다가 최근 2주간 신고된 2055명의 신규 확진자 중 25.4%인 522명의 감염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감염됐는지 분명하지 않은 환자가 4명 중 1명꼴인 셈인데 이는 언제든 코로나19가 다시 급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2단계도 3·4월과 비교하면 고강도 조치다. ‘완화’됐다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2단계 내에서 업종별 업장별로 세분화해 방역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단계에선 모든 업종이 다 문을 닫는데 개별적인 업종이나 업장 특성에 맞게 단계별로 방역 강도를 조정해야 한다”며 “무조건 닫는 게 방역의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단계와 무관하게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교수는 2주간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는 등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제가 되는 시설이 있으면 강력한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 방문판매가 계속 문제 되고 있는데 만약 그걸 해결 못 하면 경찰력 동원해 다 찾아내 못 모이게 막아야 하고, 교회는 비대면 예배에 대한 협조 기간을 늘리도록 하는 등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계만 올려 대응을 하니까 반발만 심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거리두기 재정비에 대해선 “단계를 너무 많이 나누게 되면 국민도 헷갈리게 되고 정부도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며 “거리두기 단계는 국민에게 ‘메시지’를 준다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현재와 같은 3단계 체제의 사회적 거리두기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다만 지난달 수도권 유행이 발생하면서 3단계 조치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와 ‘2.5단계’라는 인위적인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완화 결정이 거론되는 도중 ‘2.25단계’, ‘2.3단계’ 등 조정 방안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한꺼번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비는 독감 예방접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급량 제한으로 전 국민이 독감백신을 맞을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어린이, 노인,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집단이 우선 접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에게 4가 독감백신을 무료로 접종받게 하고 있다. 여기에 만 62세 미만의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만성질환자만 골라서 독감백신 접종을 하기엔 지금 보건 시스템 상으론 어렵다”며 “이들이 우선 접종 받도록 독려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양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우선 접종돼야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홍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