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1조원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와 부동산 및 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으나, 자칫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의 돈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1조1425억원이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신용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4조755억원) 수준과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주식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신용대출을 대거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달 초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58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는데, 지난달 셋째주와 넷째주에 신용대출이 급증했다.
여기에 긴급 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이 지난달 말로 끝나면서,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 신용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을 확보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캐피털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3~5월에 감소했으나, 6~8월에는 각각 5000억원, 1조8000억원, 2조2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에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보험계약대출 등이 포함되는데 신용대출만 따로 떼어 보면 6∼8월에 각 4000억원, 8000억원, 9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급증하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최근 은행 담당 실무진과 회의를 열고, 14일엔 고위급 책임자들과 논의하기로 한 배경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용대출 규제 강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 신용대출을 무작정 조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대출 용도가 생활자금인지 투자자금인지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생계형 대출에 대해선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버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자산시장 투자용도의 경우 규제해야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핀셋 규제'가 가능한지가 신용대출 규제 가능 여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