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화권은 지금...韓 영화 리메이크 열풍

202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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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댄블루, 대만서 개봉 철날 41만 관객동원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점유율 70% 이상...1890억 흥행 대박

대인물, 원작 바탕으로 中 사회적 문제 비판

베테랑, 평점 사이트 호평...648억 수익 달성

위대한 소원, 원작 뛰어 넘는 수익…총 488억원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3편[사진=영화 '모어 댄 블루' '대인물' '작은 소망' 포스터]

세계 영화계가 충무로를 주목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진 것이다. 영화 '아저씨' '악인전' '불한당' 등은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확정한 상태다.

할리우드보다 먼저 한국 영화를 주목한 곳이 있다. 바로 중화권 영화계다. 일찌감치 한국 영화 판권을 계약해 리메이크작을 내놓고 엄청난 흥행까지 거뒀다. 중화권 내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켰던 영화들을 톺아본다.

지난 2018년 11월 대만에서 개봉해 대만·홍콩·중국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영화 '모어 댄 블루'(감독 임효겸)는 2009년 3월 국내 개봉했던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감독 원태연)의 리메이크작이다.

서로에게 유일한 전부이기 때문에 영원한 이별 앞에서도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배우 권상우가 맡았던 케이 역은 '대만 국민 남친'으로 불리는 류이호가, 이보영이 연기한 크림 역은 '첫사랑의 아이콘' 진의함이 각각 맡아 연기했다.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리메이크 한 영화 '모어 댄 블루' [사진=영화 '모어 댄 블루'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포스터]

개봉 당시 대만 박스오피스 관측망인 Taipeibo의 통계에 따르면 영화 '모어 댄 블루'는 개봉 첫날 4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 영화 '나의 소녀시대' 이후 최고 기록. 당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였던 할리우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상위권을 유지하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밀어내고 단박에 1위 자리를 꿰찼다.

영화 '장난스런 키스'(2019), '나의 소녀시대'(2016), '안녕, 나의 소녀'(2018) 등 풋풋한 첫사랑 영화가 대만에서 보기 드물었던 깊은 멜로물로 애절한 스토리와 아련한 감성, 영상미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청춘스타 류이호와 진의함 역시 이 작품으로 성숙한 이미지를 얻으며 연기 스펙트럼도 넓혔다.

대만에서만 약 81억원의 총 수익을 기록한 '모어 댄 블루'는 2019년 3월 중국에서 개봉해 흥행세를 이어갔다. 상영 당시 티켓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해 마블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도 제쳤다. 전 세계 총 흥행 수익은 약 1억5800만 달러(약 1890억원, 4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넘어섰다.

한국영화 '베테랑' 리메이크한 중국영화 '대인물'[사진=영화 '대인물', '베테랑' 포스터]


지난해 1월 개봉한 영화 '대인물'(감독 오백)도 중국 내 리메이크 영화의 새 역사를 쓴 흥행작이다. 2015년 개봉한 한국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의 리메이크작으로 개봉 후 3억810만 위안(약 648억원)을 달성했다.

개봉 후 마오옌, 또우반 등 평점 사이트에서 호평 세례를 얻으며 중국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중국 매체 환구망은 '대인물'이 원작을 바탕으로 중국 특색을 잘 살려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베테랑'이 안하무인 재벌 3세와 그를 쫓는 광역수사대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 문제를 꼬집었다면, '대인물'은 중국 사회 현실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개발업자의 주택 강제 철거 등을 담아냈다.

중국 영화계 떠오르는 샛별 오백 감독은 사회적 문제를 예리하게 꼬집으면서도 화려한 액션과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이는 연출로 장르적 쾌감을 높였다. 극 중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강력계 형사 역은 중국 국민 배우 왕췐웬이, 유아인이 연기한 안하무인 재벌 3세 역은 코미디 연기로 사랑받았던 포패이가 연기했다.

한국영화 '위대한 소원' 리메이크작, '작은 소망'[사진=영화 '작은소망' '위대한 소원' 포스터]

지난해 9월, 중추절 연휴를 앞두고 대만에서 개봉한 영화 '작은 소망'(감독 전우성)은 2016년 개봉했던 한국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을 리메이크했다.

'나의 소녀시대' '장난스런 키스' 등을 통해 아시아의 스타로 발돋움한 왕대륙이 일찌감치 출연을 확정했고, '청춘스타' 팽욱창, 위대훈이 합류해 중화권 관객들의 '기대작'으로 불렸다.

영화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친구의 평생소원인, '여자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원작 영화에서는 배우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이 주연을 맡아 지질한 매력을 강조했다면, '작은 소망'은 청춘들의 유쾌함과 자유분방함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오랜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중국 내에서는 원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중화적 특색을 잘 살려냈다는 반응이 많았다. 중국 매체 CCTV는 "청춘이라는 의미를 재정의했다"고 평가했고, 소후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흥행 성적도 좋았다. '위대한 소원'의 총 수익은 24억원. '작은 소망'은 총 2억8620만 위안(약 488억원)의 수익으로 성공을 거뒀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중화권 내 한국 영화 리메이크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리메이크 영화를 보면 단순히 판권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한국 제작사가) 직접 참여하는 분위기다. 현지화 전략으로 그 나라 관객들을 공략하면서 동시에 원작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중화권의 경우는 정서가 비슷해 각색해도 원작을 크게 해치지 않아 영화 팬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영화가 중화권으로 리메이크되고 다시 국내 개봉까지 이어지는 등 선순환되고 있다. 중화권 내 한국 영화 바람으로 국내 영화사들도 콘텐츠 IP(지적재산권) 판권 세일즈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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