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이달 들어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에만 1조원 이상 거래되는 종목이 잇따라 나타나고 종목별 손바뀜 현상도 늘어나는 점을 근거로 투기적 과열 양상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개인투자자의 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도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조70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2018년 84.3%까지 떨어졌던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다시 87.5%로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이달 들어 거래대금이 급증한 배경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이슈를 꼽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진단키트나 백신, 치료제 등과 관련한 종목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진단시약 전문기업인 엑세스바이오는 지난달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급등하다 이달 21일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한가로 장을 마친 이날에만 총 1조118억원이 거래됐다. 삼성전자의 거래대금(1조190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 26일에는 바이넥스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계약 임박 풍문에 1조3692억원이 거래됐다.
지난 27일에는 제넥신과 에스맥에 대한 거래대금이 각각 1조5234억원, 1조4904억원을 기록했다. 제넥신은 주요 파이프라인인 '인터루킨-7'이 최근 영국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중증환자 대상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는 소식에 거래가 급증했다. 혈장치료 관련 항체 추출 기술을 보유한 다이노나를 자회사로 둔 에스맥은 최근 미국 FDA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긴급사용을 승인하자 26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날에도 13.00% 상승하자 거래대금이 급증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래대금을 보면 과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금액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대금 급증은 회사의 전망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단타 매매가 많다는 것으로 투기적인 과열 상태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신규 확진자 증감 추이나 백신 및 치료제 승인 또는 효과 여부 등 테마성 이슈에 따라 거래됐다"며 "상승 요인이 분명하진 않고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측면이 있어 개인들도 단기 차익을 노리고 단기 투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달 중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은 거래금액을 보인 씨젠의 경우 회전율이 200%를 기록했다. 씨젠의 상장 주식 수는 2623만4020주로 이달에만 5246만4321주가 거래된 것이다. 특히 일신바이오는 이달 들어 총 5억6661만6544주가 거래돼 회전율이 1281%(상장 주식 수 4421만6140주)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과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헬스케어업종이 코로나19 관련 수혜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 역시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코스닥 지수 상승을 이끌어 왔지만 아직까지는 과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진단키트나 비대면 교육 관련 업종의 변동성이 커진 데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닥 주가수익비율(PER)의 코스피 대비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지수가 900포인트까지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 연구원에 따르면 코스닥 PER의 현재 프리미엄은 35% 수준으로 최근 5년간의 평균치인 57%보다 낮다.
그는 "코스닥 시장이 성장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데 현재 수준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며 "미국 대선을 비롯해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면 다음달보다는 이르면 오는 10월께 900선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