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상반기 창업 26% 증가, 경제 현실 반영했을까

2020-08-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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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 제외하면 전년 상반기 대비 0.1% 증가

폐업 기업 수는 깜깜이...경기 상황 파악 어려워

자생적 창업인지 정부 지원 창업인지도 중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코엑스'에서 참관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실질적인 지표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업을 제외하더라도 작년 상반기 대비 창업기업 수가 0.1% 증가한 점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발표했지만, 폐업기업 수를 집계하지 않은 채 창업기업 수만 두고 선방했다는 평가는 무리라는 해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7일 ‘상반기 창업기업 동향’을 통해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이 80만9599개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부동산업 창업은 총 29만2810건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12만6431건)와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 과세를 위해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면서 신규 사업자 등록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부동산업을 제외하더라도 상반기 창업기업은 지난해 대비 0.1% 증가했다. 기술창업은 지식기반 서비스 중심으로 2.5% 늘어난 11만6280개를 기록했고, 도‧소매업도 10.2% 증가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창업은 작년 대비 12% 가까이 감소했다. 미용실‧세탁소 등 개인서비스업도 8.8% 줄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올 상반기 창업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6% 늘었다. 부동산업을 제외하더라도 0.1% 증가해 줄지 않고, 증가세를 이어간 점은 고무적"이라며 ”청년층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정보통신업 등 디지털·비대면 분야 창업과 도·소매업 및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60세 이상 연령층의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통계만으로 경기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을 제외하더라도 0.1% 늘어났지만, 상반기 창업동향 통계로는 폐업기업 수를 파악할 수 없다. 창업기업은 상‧하반기로 구분해 1년에 두 번 발표하지만, 폐업기업 수는 국세청 등에서 파악하는 자료로 연말에 집계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폐업기업 수가 급격히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계적으로 정확한 수치는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창업기업 동향이 ‘반쪽짜리’ 통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비대면 중심의 도·소매업 창업이 늘었다는 지표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함께 온라인에서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떤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문을 많이 닫았는지는 연말에 집계한 폐업기업 수 지표와 함께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도 “창업이 늘어났다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창업기업 수 증가가 단순히 경제상황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폐업기업 수까지 봐서 창업보다 더 많아야 완전한 긍정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창업기업이 늘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성을 확인한 뒤 자생적으로 늘어난 창업이 아닌,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한 창업이 늘어났다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창업기업이 늘었다면) 정부 지원을 통한 증가일 가능성이 높다. 60대 이상 노인에게 지원금을 주고 통계적 고용 지표로 잡는 것과 유사한 형태"라며 "이번 통계는 정부 지원을 통한 창업 여부까지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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