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 재확산 정도가 확대돼 실물경기 충격이 커지면 통화정책으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Q.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요인은 뭔가.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 한은의 예상 성장률 하단은 얼마인가.
A.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낮췄다. 5월 전망치에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봤는데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최근 국내에서도 재확산이 발생했다. 그에 따라 우리 수출과 국내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딜 것으로 본 것이 가장 큰 주된 전망치 하향조정 요인이다. 이밖에 2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을 밑돈 점,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도 하향 조정에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의 우리 경제 성장 흐름은 코로나 전개 상황, 그에 따른 정부 대응, 각 경제주체의 행태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결국 코로나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Q.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시 예상되는 경제 충격은 어느 정도인가.
A. 이번 전망시 기본 시나리오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대응이 지금 수준에서 유지될 것을 전제로 했다. 3단계 격상 시 상황은 또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셨는데, 현재로선 2단계 시행 중이지만, 일부 조치는 이미 3단계에 육박하는 강도 높은 수준의 조치도 있다. 3단계로 격상되더라도 구체적 내용과 조치 지속 기간에 따라 파급 영향이 달리 나타날 것이어서 특정 수치로 말씀드리기엔 곤란하다.
최근 국내 외환시장 주식시장, 전반적인 금융시장 상황은 대체로 안정적 흐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금보다 강화될 경우 3단계로 격상되면 아무래도 국내 실물경기 회복세가 제약받을 것이어서, 그 영향으로 주가와 환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Q. 5월에 한 비관적 시나리오보다 현 상황이 부정적인데, 당시 예상한 -1.8%보다 전망치가 낮은 이유는.
A. 5월과 이달은 코로나 전개 양상과 경제상황이 많이 다르다. 5월 비관적 전망 하에서는 국체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영업 제한이라든가 이동제한, 방역조치가 상당히 강화될 것을 전제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6월 들어 각국은 이동제한 조치를 완화한다든가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등의 대응을 했다. 5월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선 확진자가 늘어나면 이동제한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봤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점을 한 예로 설명드린다. 물론 이번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와 5월의 비관적 시나리오가 비슷한 점도 있지만, 여러 요인으로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가 어렵다.
Q. 수출 개선세에 대한 전망과 평가는.
A. 2분기에 수출 상당히 부진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교역 위축, 세계 수요 위축으로 수출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또 2분기에 많은 나라에서 경제 봉쇄 조치에 따라 해외 진출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많이 중단됐다. 그런 업종이 주로 가전이라든가 반도체가 되겠는데.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이 줄어들면서 무통관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영향을 받았다. 즉, 글로벌 수요 위축, 해외 진출한 국내 기업의 생산활동 중단이 수출 부진의 요인이 됐다. 하반기에는 많은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해외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보단 분명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력 품목의 동향이 상당히 중요한데, 반도체와 자동차의 주력 수출 품목의 업황이 본격 살아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보다 개선되겠지만, 회복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Q. 통화정책으로 인한 효과 제한적이란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3월 이후 금리를 큰 폭 내렸고,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는 등 적극적인 통화 정책 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한은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정책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됐고 외환시장도 안정 되찾았다. 그 결과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데 상당히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Q. 코로나 재유행이 본격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금리 정책 여력 부족 시 도입 가능한 수단은 뭔가.
A. 코로나 재확산 정도가 확대돼서 실물 경기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커진다면,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을 가정해보면 먼저 금리정책이 가장 중요할 텐데, 금리정책도 활용 여지가 있다고 본다. 없지는 않다. 다시 말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남아있다. 그렇지만 기준금리가 현재 낮은 수준에 와있는데 더 낮춰야 할지는 그에 따라 기대되는 효과와 수반되는 부작용을 같이 따져보면서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이외에 다른 정책을 많이 폈듯이 다른 정책수단도 많이 갖고 있다. 대출제도, 공개시장 운영 등 정책수단을 펴왔고,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할 여력은 충분히 있다.
Q. 국채매입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은 유효한가.
A. 국고채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국고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인들이 국고채 수요가 상당히 견조하다. 수요 요인을 감안하면 당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든 간에 수급상 불균형 생겨서 장기 금리 변동성 커지면 한은은 국고채 매입을 적극 실시할 계획은 종전과 다르지 않다.
국고채 매입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하느냐는 것은 여러 가지 고려할 게 있다. 장기 금리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로 확대될 것인지, 신용스프레드 수준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며,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
Q. 향후 추가 완화 고려할 경우 통화정책과 양적완화 중 초점은 어디에 맞춰질 것인가.
A. 이는 앞선 답변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말씀드린다. 금리 정책 여력은 남아있지만, 신중히 하겠다. 양적완화 정책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그간 한 것들도 큰 의미에서 보면 양적완화로 해석할 수 있다. 금리라든가 양적완화 수단 중 어떤 정책을 먼저 하겠다고 말씀드리기에는 현재로선 어렵다.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
Q. 오늘 밤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를 바꿀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경우 국내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나. 한은도 물가관리 정책을 바꿀 수 있나.
A.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바꾸면 그에 따른 나름대로 효과도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는 게 사실이다. 완벽한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희도 그런 흐름을 반영해서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어떻게 바꿀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어떻게 하겠다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 연준의 내용을 보면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할지 등 많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구체적인 것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릴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