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지원금 연장도 버거워...여행사, 희망퇴직 접수 받는다

2020-08-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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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했지만…나날이 악화하는 실적에 운영 자체 고민도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 가장이라 희망퇴직을 신청했습니다. 무급휴직보다는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희망퇴직이 지금 상황에서는 낫다고 판단했어요. 이직도 쉽지 않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버텨내려고요."

A 여행사 직원은 코로나19 여파에 어려워진 회사로부터 희망퇴직을 권유받았다. 밤잠 못 자며 고민하던 그는 결국 희망퇴직을 선택했고, 현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예견된 실적 악화···그래도 '충격적' 

올해 상반기 상장 여행사들의 반기보고서에는 코로나19로 악화한 실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매출과 순이익이 증발하면서 롯데관광개발과 세중여행사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맞았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상반기 매출은 각각 1200억원과 4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71.2%와 70.9% 각각 감소한 액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분기 실적은 제로에 가까웠다. 양사 모두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95%나 추락했다. 

롯데관광개발과 세중여행사는 더 심각했다. 양사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상반기 매출은 각각 약 134억원과 738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별도재무제표를 보면 롯데관광은 3억원(-98.5%)을, 세중여행사는 2억원(-91.1%)을 각각 기록했다. 분기 매출 5억원 미만으로 집계된 양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9조에 따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해당 여부 심사를 받게 됐고, 지난 14일부터 주권 매매거래정지 조치에 들어갔다. 심의 결과는 9월 초 중으로 나온다. 

◆희망퇴직부터 무급휴직까지···사지에 몰린 '여행사'

실적 악화와 더불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재확산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자, 여행사들은 너도나도 '희망퇴직'이나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세가 잠시 주춤하면서 '국내여행'으로 활로를 모색하려던 여행사들은 또다시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이같은 선택을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롯데관광은 최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과 육아휴직, 희망퇴직 세 가지 방안을 포함한 안내 문자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리조트인 제주드림타워에 직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7월 12일부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 롯데관광은 자체적으로 8월 말까지 유급휴직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버티기 어려워지자 9월부터 무급휴직에 돌입한다는 계획임을 밝혔다. 

롯데관광은 당초 제주드림타워가 별도의 사업부라는 점을 들어 소명자료를 준비했지만, 결국 고용유지지원은 반려됐다. 롯데관광 측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질 직원들을 위해 희망퇴직이라는 선택사항을 함께 제시하고, 퇴직금과 함께 회사 경영사유로 인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NHN여행박사는 내년 1월까지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연장도 소용 無···부담만 가중

최근 정부가 여행업계 등 8개 업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여행사 대표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당초 9월 15일부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여행업·관광운송업·관광숙박업 등 8개 업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을 내년 3월까지로 6개월간 연장하고, 현재 연간 180일까지인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도 60일 추가해 연간 240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행업과 숙박업, 항공업 등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은 내년 3월까지 유급 휴직·휴업 수당에 대한 90% 지원 등 특별고용유지 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 이미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상한 180일을 다 소진한 업체도 2개월 더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올해 초부터 사실상 매출이 제로인 만큼 회사 부담금 10%조차 부담스럽단 입장이다. 

B 여행사 대표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취지는 좋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상황에서 부담금 10%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휴업이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여행사 대표도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것을 정부에서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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