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커피·설탕 가격...소비자 등골 휜다

2020-08-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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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커피·설탕 선물 가격 급등

미국 달러 약세도 소프트상품 가격 밀어올려

코코아부터 커피 원두, 설탕 등 이른바 소프트상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커피, 초콜릿 원재료가 되는 이들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생산지가 타격을 입으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탓이다. 미국 달러 약세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큰 폭으로 하락했던 이 상품들은 최근 가격이 급반등세로 돌아섰다. 최근 국제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상품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WSJ은 전했다.
 

3월 저점 이후 소프트상품 가격 등락률(%)[그래프=WSJ 캡처]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코코아 선물 가격은 17% 폭락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코코아 선물 가격은 15%가량 뛰면서 1t당 2488달러를 기록했다. 3월부터 5월까지 15% 떨어졌던 커피 선물 가격도 7월 한 달 동안에만 14% 치솟으면서 파운드당 1.12달러로 올라섰다.

설탕과 목화도 마찬가지다. 설탕 선물 가격은 지난 3월 27% 주저앉았다가 5월부터 20% 올랐다. 목화 선물 가격도 지난 3월 18% 떨어졌지만, 5월 이후 11% 반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들 상품의 주요 산지를 덮치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브라질과 인도는 각각 커피·설탕, 설탕·목화의 주요 생산국이다.

브라질은 커피와 설탕 생산량에서 세계 1위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은 커피 5900만 포대, 사탕수수 6억4700만t을 생산하며 세계 최대 설탕·커피 생산국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쏟아지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도 역시 세계 최대 설탕·목화 생산국 가운데 하나다. USDA에 따르면 인도는 한 해 동안 약 3억5000만t의 사탕수수와 480파운드의 면화를 생산한다. 그러나 인도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인도는 세계 4대 코로나19 감염지다.

RJO 선물 선임 시장전략가 조슈아 그레이브스는 "주요 산지들이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감염 확산에 속도가 붙으면 공급이 둔화할 것이 틀림없다"며 "이 같은 공포감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생산량이 감소해도 이 소비재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인베스팅닷컴의 소비재 선물 애널리스트인 바라니 크리슈난은 "스타벅스나 던킨도너츠 등에서 커피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집에서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등 커피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를 어디서 마시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코로나19 사태로 커피 소비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중국이나 유럽 경제가 코로나19 충격 이후 차츰 회복 국면을 보이면서 수요는 증가할 태세다.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공급 상황은 우려스러운데 수요가 늘어날 경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소프트상품 가격을 밀어 올리는 배경 중 하나다.

소프트상품을 비롯해 원자재 대부분은 국제 시장에서 미국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통화를 쓰는 나라가 더 싼 값에 살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소프트상품 가격이 급반등한 7월 미국 달러지수는 10년 만의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헤지펀드 등 투기적 투자자들의 소프트상품 매도 포지션도 감소세다. 지난 4일까지 일주일 동안 설탕 매도 포지션은 약 1만 계약, 코코아 매도는 7000계약 넘게 줄었다고 WSJ은 전했다. 커피 매도 포지션도 1만9000계약 넘게 급감했다.

런던에 있는 농산품 중개업체 마렉스 스펙트론조나단 파크만 농업 공동대표는 "달러화 약세가 '숏 베팅(가격 하락에 베팅)'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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