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이하 '강철비2')의 정우성이다.
극 중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냉전의 섬이 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대통령이다. 어렵게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감금되자 임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
"양우석 감독님께서 한경재의 '한숨'을 강조하셨어요. 한숨 쉬던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네요."
극 중 한경재는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쉰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과 미국 대통령 사이, 전쟁 임박 위기 속, 목숨 건 선전포고 앞에서도. 그는 복잡한 심경을 담아 한숨을 토해낸다.
"정상회담 신은 그런 한경재의 한숨이 가장 짙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죠. 북 위원장과 미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인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까요. 한숨이 나오는 게 당연한 캐릭터예요."
정우성이 언급한 장면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신. 남·북·미 정상이 최초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신이다. 남·북·미 정상이 한 데 모여 평화 협정에 관해 논의하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목소리만 높아져 간다.
"한숨 쉬는 모습은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고 어느 부분에서 해야겠다고 체크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냥 막 나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캐릭터를 대변하는 상징성이라고 봐요."
영화 속에는 많은 은유와 상징이 숨어있다. 북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이나 좁은 핵 잠수함 안에서 꺼내든 담배는 '핵'을 의미하고, "담배 좀 꺼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좁은 공간 안에서 방귀를 뀌어버리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UN 제재를 상징한다. 한숨 역시 한반도의 입장을 담아낸 부분.
"한경재를 연기하면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무척 외롭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장면을 찍고 나서는 무기력한 기분도 느꼈어요. 당사자지만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참아야 할 수밖에 없잖아요. 외롭고 고뇌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극 중 한경재는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표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양우석 감독이 정우성에게 한숨 연기를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연기하기에 어려웠던 장면은 없었어요. 배우로서 감당할 필요가 없는 걸 감당해야 할 때가 어려운 거죠.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으니. 어렵고 힘든 일도 없었고요, 또 끝나고 나면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거든요."
한편 영화 '강철비2'는 지난 7월 29일 개봉, 첫날 22만 관객(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이하 동일)과 만났다. 코로나19 시국 속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꾸준히 관객을 모아 오늘(11일) 누적관객수는 157만256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