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여행산업과 침체한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국내 숙박 할인쿠폰 100만장을 푼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규모 소비쿠폰 사업의 일환이다.
이날부터 인터파크와 야놀자 등 국내 주요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해 전국 호텔과 리조트·펜션·모텔 등을 예약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7만원 이하 가격의 숙박(20만장)을 예약하면 3만원을, 7만원 초과(80만장) 숙소를 예약하면 4만원을 각각 할인받게 된다.
정부는 예산 290억원을 투입해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말일까지 사용 가능한 숙박할인쿠폰을 여행객에게 풀기로 했다. 정부는 100만장 할인쿠폰이 1인당 1회에 한해 사용 가능한 만큼 국민 100만명이 두루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여행수요 반등은 물론 소비 활성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체부는 1만원 전액을 여행사가 부담할 게 아니라 숙박시설과 분담(최대 50%)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또 적자가 뻔할 수 있는 7만원 이하 숙박(3만원 쿠폰)은 전체 쿠폰 중 20%에 불과해 경영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설명대로라면 3만원 할인쿠폰의 경우 정부가 2만원을, OTA가 1만원을 각각 부담하게 된다. 업체가 부담하는 1만원은 입점 업체와 조율해 5000원씩 나눠 부담할 수 있다.
행사 자체만 놓고 보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논란이 제기될 만한 구석이 충분하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OTA의 경우 방을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다. OTA의 경우 예약중개 명목으로 방값의 10~1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예를 들어 7만원짜리 숙소를 판매하면 최소 7000원에서 많게는 1만500원을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자부담금 1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은 500원. 3000원 적자를 볼 수도 있다. 5000원을 낸다고 해도 1객실 판매 후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2000원~4500원 뿐이다.
그나마 OTA는 상황이 좀 낫다. OTA가 자부담 비율을 숙박업체와 나눌 경우를 생각해보자. OTA에 입점한 숙박업체가 7만원짜리 숙소를 판매한 후 수수료 10%를 OTA에 주고, 자부담 5000원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자칫 부담을 숙박업체로 전가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선 여행사·숙박업체 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OTA에 입점하지 않은 숙박시설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정부가 시행하는 '숙박대전'이 OTA에 입점한 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어려운 상황임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OTA에 가입하게 되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들은 자부담금 분담을 '홍보비' 명목으로 생각하고 기꺼이 투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관광호텔이나 펜션, 모텔 등 영세 숙박업체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낮은 마진율을 보이는 3만원 할인쿠폰을 20만장만 배분했기 때문에 OTA가 4만원 할인쿠폰과 3만원 할인쿠폰을 적절히 활용하면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업체들은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비수기에도 성수기 금액으로 객실을 판매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가격 인상을 규제하지 못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전년과 요금을 비교해 꼼수를 부리는 업체에 대해선 패널티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건 차후 문제다. 어찌됐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추경 예산 29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본래 취지에 맞게 업계도, 국민도 반길 만한 정책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