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특구 정부는 캐리 람 행정장관 등 홍콩 행정부 관료에 대한 미국 제재에도 전혀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강골(硬骨頭) 성향을 보여줬다.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대변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후시진((胡锡进) 중국 관영 환구시보 편집인이 10일 반중 성향의 홍콩 거물급 언론인 지미 라이(黎智英, 리즈잉) 체포 소식에 내놓은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앞서 7일(현지시각) 람 장관 등 11명 홍콩·중국관리에 대해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제재를 받은 11명은 미국내 모든 재산과 자산이 동결된다.
후 편집인은 이날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제재는 전체 중국 인민의 홍콩에 대한 지지 앞에선 결국엔 '썩은 계란으로 거대한 바위 치기'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쓰러뜨리지 못한 채 썩은 내만 풍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이번 라이 회장에 대한 체포가 미국의 홍콩 관료 제재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는 걸 보여줬다.
라이 회장은 이날 홍콩 경찰 내에 신설된 홍콩보안법 전담 부서인 '국가안전처'에 의해 체포됐다. 홍콩보안법상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친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홍콩보안법 시행 한달여 만에 이 법에 적용돼 체포된 세 번째 인사다. 홍콩보안법을 위반하면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라이 회장은 홍콩내 반중 성향 일간지 빈과일보(蘋果日報, 애플데일리) 창업주다. 지난해 7월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로 홍콩 정국이 혼란하던 당시 경찰 폭력과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 등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및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홍콩 자율성 문제를 논의해 논란이 됐다.
중국 당국은 그가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인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당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그를 '홍콩 시위 사태 배후 '4인방'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신문은 "지미 라이가 외세에 의해 반중 도구로 이용됐으며 극단적인 위법 행위를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라이 회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콩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간 갈등은 또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홍콩 행정부는 앞서 조슈아 웡 등 민주파 인사 12명의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 출마 자격도 박탈한 데 이어, 코로나19 상황 악화를 이유로 9월 6일로 예정됐던 홍콩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하기로 결정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홍콩 민주 진영에선 친중파의 선거 패배를 피하려는 '명백한 선거 사기'라고 반발했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영국 등 영어권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외교장관들은 9일(현지시간) 홍콩 정부의 연기 및 민주파 인사 출마자격 박탈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5개국이 반중 공동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중국은 앞서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 간 열리는 제13차 전국인민대표 상무위원회 21차 회의에서 홍콩 입법회 선거 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한다. 여기엔 홍콩 입법회 선거 연기에 따른 '공백'을 막기 위해 홍콩 현역 의원 전원이 1년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 채택 등이 포함됐다고 SCMP는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