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코로나19가 불붙인 美·中 디지털 소프트파워 전쟁

2020-08-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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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미국에 던진 스탠더드 경쟁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코로나 팬데믹이 미.중 마찰을 더 키우고 있다. 스파이 분쟁으로 양국이 자국 주재 상대 영사관 폐쇄를 강행하는 등 일촉즉발의 현상이 반복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폭풍전야 같은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을 정도다. 무력을 동원하고 있지 않지만 갈 데까지 가보자는 팽팽한 긴장감이 점점 더 에스컬레이터 되고 있다. 코로나 발원지를 두고 시작된 신경전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통과, 영사관 폐쇄, 미국의 중국 앱 고사 등 일련의 조치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온다. 이를 지켜보는 주변국들은 양강의 각축에 혹시나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인 듯싶다.

작년 말 진정 국면에 들어갔던 양국 관계가 최근 재격돌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와 이에 따른 경제적 고통 증가가 결정적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먼저 맞고 경제회복 수순에 들어간 중국이 아직도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가한다. 중국으로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 누렸던 반사이익을 상기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잡고 있다고 간주한다. 때마침 미국이 대선(大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현직인 트럼프 진영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도 호재로 반긴다. 미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기고 있다. 양국 간 경제회복의 속도가 벌어질수록 중국의 공세는 더 가열차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중국의 속셈을 충분히 간파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방역과 경제 회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도 버거운데 외부 세력인 중국의 행동이 여간 못마땅한 것이 아니다. 대선 정국에서 수세에 몰린 트럼프 진영이 강한 중국 때리기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약 70%에 가까운 미국 여론이 중국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행위를 부추긴다. 문제는 미국의 거친 압박에도 중국이 굴하지 않고 맞불을 놓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일단은 중국의 파상적 공격에 대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결의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고, 자칫 정권 교체까지 이루어진다면 대외전략에 다소 공백이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패권(覇權)을 차지하려면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 등의 측면에서 2등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70%까지 따라가고 있다. 이는 단순 경제 규모 측면에서만 본 것이며, 금융 부문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군사력에서는 중국이 근자에 빠른 속도로 증강되고 있으나, 러시아보다 처지는 3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미국보다 20년 정도 처져 있고, 미국의 30〜4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자체 평가이기도 하다.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하드파워(Hard power)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무력을 쓰지 않고도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힘을 일컫는데 중국이 미국에 가장 미치지 못하고 있는 부문이다.

중국, 코로나 19가 미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간주하고 공세 강화

중국은 오래전부터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따라잡으려고 엄청난 공을 들여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공자학원(公子學院, Confucius Institute)’으로 중국이 세계 각국의 고등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2020년 4월 기준 162개 국가에 545개의 대규모 공자학원과 1,170개의 소규모 공자학원이 설립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에도 무려 23개 대학 내에 공자학원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 달리 중국의 체제를 선전하고, 간첩 활동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미국·캐나다·독일·호주 등 서방 국가에서 잇단 폐쇄 조치를 당하고 있기도 하다.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지만 더는 확대하기 어려운 암초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집요하다. 팬데믹에 편승하여 부상하고 디지털 경제의 틈새를 타고 중국의 또 다른 소프트파워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셜 미디어 붐을 타고 중국 앱이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들의 생활 공간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틱톡, 위챗 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면서 우려할 수준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텐센트가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면서 중국 IT 플랫폼 기업의 공습이 무섭다. 확실한 소프트파워 무기를 갖기 위해 중국이 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이쯤 되자 미국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디지털 패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다. 화웨이에 이어 차이나 플랫폼 기업에 대해 메스를 가하면서 美·中 무역 전쟁이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패권을 가진 국가의 스탠더드가 글로벌 스탠더드다. 일상에서 우리가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간주하고 사는 것도 미국이 패권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들고 있는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아메리칸 스탠더드만이 아니고 차이니스 스탠더드도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복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하게 ‘뉴노멀(New Normal,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 태동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은 이를 노리고 있고, 중국의 이런 의도를 미국이 간파해낸 것이다. 美·中 간의 마찰이 상품, 기술, 금융에 더하여 이제 사람(스파이), 소프트파워로까지 옮겨붙었다. 깨어 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유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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