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정유사의 2분기 실적은 직전 분기 총 4조원이 넘는 최악의 영업손실에서는 다소 회복했지만, 더딘 수요 회복과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이어지면서 두려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뚜렷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정유업계는 유연한 설비 운영으로 최적 운영을 유지하고 비정유부문 포트폴리오 확대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정유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 정제 마진은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했다. 7월 셋째 주(-0.5달러)와 넷째 주(-0.3달러)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7월 둘째 주(0.1달러) 이후 3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 갔다.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유업계는 조심스럽게 3분기 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바닥을 찍었던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4월 이후부터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711만5000배럴, 경유는 1447만9000배럴을 기록했다. 전월인 5월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7.2%, 경유는 7.8% 줄어든 수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1월과 비교하면 각각 15.7%, 23.0% 늘어난 수준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재확산과 홍수에 따른 피해 증가로 석유제품 수요가 다시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다.
정유업계는 불확실한 미래 전망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유연한 가동률 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 유가와 정제마진은 외생변수로 기업차원의 통제는 불가하지만 정유부문은 유가와 정제마진 모니터링 강화, 가동률 조정 등을 통해 최적 운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유4사 중 유일하게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오일뱅크는 가격이 저렴한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을 경쟁사 대비 5~6배 높은 33%까지 확대해 원가를 절감하는 등 뛰어난 설비 경쟁력과 유연한 설비 운영으로 본업인 정유업에서 손실을 최소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원유정제시설(CDU)을 운영했던 80~85% 수준의 가동률을 이어나간다. 2분기 정기보수 이후 중간 용량의 정유시설의 가동을 중지시켰다. 에쓰오일 역시 시장상황 변동에 따라 가동률을 조정할 계획이다. 넘버1 CDU의 정기보수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항공유 수요 감소로 인한 주력 제품군 변화는 정유업계 전반에서 진행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 신사업 투자 강화 등으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하반기 최대 변수인 코로나19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