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8월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축소되면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경기 위축'이라는 평가를 한 데서는 경제 전반적으로 하향세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으로 보인다.
특히,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의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경기 위축이 완화된 상황이다. 6월 전산업생산은 대외수요 부진이 소폭 완화되고 조업일수도 확대되면서 전월(-5.7%)보다 6.4%포인트 상승한 0.7%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주요 수출국의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제조업의 급격한 위축이 다소 완화됐다. 제조업 출하(-12.3%→-2.4%)는 자동차(-33.3%→-10.9%)를 중심으로 내수(-12.5%→-1.5%)와 수출(-12.0%→-3.5%)의 감소폭이 모두 많이 축소되면서 전월에 비해 9.9%포인트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 재고율(128.6%→117.1%)은 전월보다 11.5%포인트 하락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63.4%→68.3%)은 전월보다 4.9%포인트 상승했다.
6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6.5→96.7)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9.0→99.4) 모두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하회하는 상황이긴 하다.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7월 계절조정 제조업 업황BSI(51→57)와 전산업 업황BSI(56→60)는 기준치(100)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소비는 승용차를 중심으로 소매판매액이 많이 증가하고 서비스업생산이 전년 수준에 근접하는 등 부진에서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6월 소매판매액은 6.3%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1.7%)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업생산은 조업일수의 증가(+2일) 등으로 전월(-4.0%)보다 높은 –0.1%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과 유사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6월 소비의 증가에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조업일수의 증가 등 일시적 요인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KDI는 분석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81.8)보다 소폭 상승한 84.2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가 유지됐다. 6월 설비투자는 대부분 업종에서 증가세를 보이며 전월(3.4%)보다 높은 13.9%의 증가율을 보였다. 7월 자본재수입액(19.7%)이 반도체 제조용 장비수입액(101.1%→294.3%)을 중심으로 전월(24.0%)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건설투자는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선행지표는 점차 개선되는 조짐이다. 6월 건설기성(불변)은 조업일수 확대에 주로 기인해 건축부문의 감소폭이 축소되고 토목부문의 증가폭은 확대되면서 전월(-5.4%)보다 높은 –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수주(경상)는 건축과 토목 부문 모두 크게 확대되면서 전월(34.7%)보다 높은 60.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은 반도체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자동차의 감소폭이 많이 축소되며 부진이 완화됐다. 7월 수출은 –7.0%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10.9%)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과 임시일용직의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제조업과 상용직에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됐다.
6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월(-39만2000명)보다 감소폭이 축소된 전년동월대비 35만 2000명이 감소했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에 주로 기인해 소폭의 상승으로 전환됐다. 7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하락폭 축소 등으로 전월(0.0%)보다 높은 0.3%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수요 측 물가압력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금융시장은 주가와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인 가운데, 가계대출의 증가폭은 확대됐다. 7월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 주식투자가 순매수로 전환되면서 전월 말(2108.3)보다 큰 폭(6.7%)으로 상승한 2249.4를 기록했다. 6월 기업대출은 증가폭이 예년 수준으로 축소된 반면, 가계대출은 확대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급락한 것과 달리, 중국경제가 일부 회복되고 주요 선진국의 소비 및 선행지표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작년(2.0%)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0.9%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조사(-0.3%) 대비 0.6%포인트 하향 조정된 상황이다.
수출(금액 기준)은 세계경제 침체로 2020년 내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9.5% 감소하고, 2021년에는 5.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0년 경상수지 흑자는 작년보다 축소된 452억달러를 기록하고, 2021년에는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국내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올해 실업률은 4.2%로 상승하고, 취업자 수는 14만명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설문 응답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