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취준생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매주 취준생들을 만나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응원을 건네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은 합격(pass)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P씨로 칭하겠습니다.
열두 번째 P씨(27)는 ‘금융맨’을 꿈꾸는 취준생이다. P씨는 금융 중에서도 ECM(주식발행)과 M&A(인수합병) 계열을 준비 중이다. 또 국내 기업보다 외국계 회사를 선호한다. 대부분 외국계 회사는 입사 지원할 때부터 부서를 구체적으로 결정해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를 맡지만, 국내 기업은 이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P씨가 취업을 준비해온 과정은 ‘맨땅에 헤딩’의 연속이었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업계 종사자를 찾아가고, 사업도 벌이며 실무 능력을 키웠다. 또 ‘전공이 다르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학회를 만들고 학우들을 모아 공부의 장을 마련했다. 틈틈이 동아리, 봉사단체 등 다양한 활동도 이어왔다.
맨땅에 헤딩하다 보니 로드맵 생겨
그동안 취업을 준비하면서 만난 업계 종사자는 100명을 훌쩍 넘어선다. P씨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비결로 ‘맨땅에 헤딩’을 꼽았다. 자칫 무모해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꾸준히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P씨는 “제일 처음 연락드렸던 분이 홍콩에서 G회사를 다녔다”며 “이분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연락드리고 홍콩을 찾아갔는데, 본인 사무실로 불러주셨다. ‘인턴 경험 채우기’ 등 기본적인 조언이었지만 아직도 감사하다. 4박 5일간 매일 만났는데 여행을 안 해도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자신감이 붙은 P씨는 수시로 업계 종사자들에게 연락하고 조언을 구했다. P씨는 “가고 싶은 회사에 다니는 분들과 접점이 없어서 절박한 마음에 연락을 드렸다”며 “그분들은 나처럼 조언을 구하는 메일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내 학과가 특이해서 눈에 띈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니 P씨 나름대로 취업을 위한 로드맵이 보였다. P씨가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며 꼽은 공통점은 ‘실무 경험’, ‘영어’, ‘학력’이었다. ‘실무 경험’을 위해 P씨는 휴학을 신청하고 지인들과 중국 수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기반은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나 펀딩을 통해 유치한 투자자본을 이용했다. P씨가 맡은 업무는 회사 재무관리였다.
P씨는 “처음에 매출은 있지만 이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계 사람들을 다 찾아뵙고 전화로 조언을 구했다”며 “제품 분야에 집중하니 이익이 났다. 결국 부딪혀보니 하나씩 해결됐다”고 말했다.
사업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인턴을 준비했다. 현재까지 총 회사 네 곳을 거쳤다. P씨는 “인턴을 할수록 조금 더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됐다.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했지만 성취감을 느꼈고, 특히 이쪽 계열을 좀 더 알 수 있고 경력을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쪽 계열이 대부분 인턴으로 일을 시작한다. 만났던 전문가, 지인들도 다 인턴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사회진출 늦어도 유학 선택...앞으로 내 것을 하고 싶어"
한국고용정보원도 '기업인수합병전문가'에 대해 "국내와 외국의 유명대학의 경영학석사(MBA) 출신을 비롯한 고학력 출신자의 진출이 활발하다"며 "주로 외국계 회사가 많은 편이어서 어학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P씨는 유학 준비의 일환으로 영문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다. 주제는 ‘도전’이다. P씨는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뭘 할지 모르겠지만 자기 앞에 있는 걸 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업을 꿈꾼다. 최근에는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펀딩을 받아 노인분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며 "음식점이든, 투자회사든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이 직종에서 빨리 역량을 키워서 '내 것'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