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위협하는 巨與의 폭주

2020-08-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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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회장]



거대여당의 제동 없는 폭주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대규모 추경을 거의 수정 없이 단독으로 처리하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임대차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소위토론, 축조심의 상임위토론 등 국회절차도 무시한 채 기립통과 등 불과 3일 만에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통과, 시행까지, 전광석화처럼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곧 이어 종합부동산세법 등 나머지 부동산 관련법과 세법개정안을 처리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는 공수처설치법 개정과 검찰 등 권력기관 개편까지 밀어붙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이나 소수의견 반영도 없이 정부안을 무더기로 속전속결 처리해 통법부라는 비판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이런 국회의 모습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7세기 영국의 존 로크 등 계몽주의사상가들에 의해 인간의 자유와 생명·재산은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의 인권’이라는 자연권 사상이 대두된 이후, 자유·생명·재산을 권력으로부터 지키고 보호받기 위해 의회민주주의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적 의회를 통해 집행권력인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부안을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도 없고 국회 내 소수그룹이나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데만 치중한다면 이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소불위 권력이 원하는 대로 집행을 뒷받침해 주는 통법부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국회는 이미 친문 386세력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적지 않은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에 진출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우려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후퇴가 국민들에게 가져다 줄 대가가 참혹할 수 있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가 붕괴된 과거 수많은 역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교훈이다.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몽테스키외는 공정하고 독립된 법 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했다. 이로써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기초인 3권분립이 마련되었다. 국회가 독립적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입법을 하고, 그에 따라 행정부가 집행을 하고, 법 위반 여부를 독립된 사법부가 공정하게 판결해야 자유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이러한 3권분립은 미국헌법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많은 서방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헌법에는 물론 대한민국 헌법에도 천명되고 있다.

그런데 근년 들어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사법부는 친여인사들로 채워진 지 오래된 데 이어 최근에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검찰과 감사원의 개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 등 사실상 식물총장화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미 여당이 1+4의 비정상적 국회로 통과시킨, 고위공직자 수사를 담당할 공수처법도 공수처장 임명에 야당의 동의가 필요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여당 스스로 개정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불리하면 스스로 결정한 것이든 무엇이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오만한 자세마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어 향후 수사를 담당할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청 산하에 설치하고, 각 지자체별로는 지방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국가수사본부가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할지 벌써부터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왕적 대통령 권한이 문제가 되어 개헌마저 제기돼 오고 있는 실정에서 의회민주주의의 훼손, 사법독립성 추락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자본주의의 근간은 개인과 기업의 창의적인 경제활동의 자유와 사유재산 보호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개인과 기업의 창의적인 경제활동 결과 창출된 생산물의 분배는 자유로운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분배된 사유재산은 국방,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국가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재원조달을 위한 세금징수 외에는 보호되어야 한다. 사유재산이 보호되지 않으면 누구도 열심히 기업하고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아 경제는 추락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징세는 법률로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대한민국 등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조세법률주의다. 이처럼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사유재산 보호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요체다. 개인과 기업의 창의적인 경제활동의 자유는 정부의 규제가 적을수록 꽃이 핀다. 규제가 많을수록 경제활동은 질식되어 위축되고,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는 날아간다. 과도한 세금징수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심하면 기업들은 해외로 탈출하고, 고소득계층의 소비도 위축되는 등 자본주의 발전을 저해한다.

그런데 근년 들어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법안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반기업·친노조·큰 정부를 근간으로 하는 반시장적 정책으로 '문재인 불황'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를 위기상황까지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위기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대불황의 국면으로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도 경제를 전시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코로나 대책으로만 28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어 재정위기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기업·친노조·큰 정부로 대변되는 경제정책 기조를 대전환하지 않고 오히려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개정안 등 반기업법과 함께 해고자·실직자, 심지어 외부의 사회활동가도 노조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개정안, 전교조를 합법화하기 위한 교원노조법 개정안, 고위공무원도 노조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노조법 등 노조3법도 거대여당을 등에 업고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뒤흔들게 될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안과 보험업법개정안도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과연 한국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지, 고용참사로 신음하고 있는 청년일자리는 어디서 창출할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증세도 가히 천문학적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세율을 낮춰 경제를 살려야 하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인데, 경기가 급락하고 있는데도 자꾸만 세율을 올리고 있다. 최고법인세율, 최고소득세율은 세계적 수준이다. 법인세율을 올리는데 법인세수는 줄어드는 래프커브효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높은 법인세에 이어 이제는 가족기업의 사내유보에 대해서도 ‘개인유사법인 초과유보소득 배당간주세금’이라는 희대의 세금을 신설해 중과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규제도 많고 세금도 많고 심지어 강성노조까지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투자와 그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할 것이다. 과도한 종부세 등 부동산세제는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마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큰 정부 정책’에서 이미 이런 상황이 예견되었던 바이기도 하다. 참다 못한 조세저항국민운동마저 일어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규제와 과도한 징세는 의회민주주의의 후퇴와 관련이 크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훼손과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추락으로는 번영된 미래를 가져올 수 없음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거의 반세기 넘게 세계를 풍미했던 공산주의 통제경제나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1990년 동구의 몰락과 1991년 구소련의 붕괴로 종말을 고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논쟁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역사의 종언>(1989, 1992)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중국과 베트남도 개혁·개방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위협받는 정책들이 주장되고, 일사천리로 입법화되고 시행되고 있는 상황은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이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빨리 자유민주주의가 복원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어 우리의 후손들에게 번영된 자유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이 시점에서 시대적 소명이고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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