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미국 측이 갑작스레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 폐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이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정치적 도발로, 전례없는 강도높은 조치"라며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중·미 관계를 고의적으로 파괴하려는 터무니없는 부당한 조치로 중국은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우리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앞서 같은 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중국에 휴스턴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고 요구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미국의 미친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휴스턴 지역 매체인 폭스26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정부로 부터 24일 오후 4시까지 건물에서 나가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21일 오후 8시 20분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안뜰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휴스턴 경찰은 영사관 직원들이 퇴거 전 기밀문서를 소각하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휴스턴 영사관 폐쇄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중국 외교관과 언론인, 학자 등에 대한 고삐를 죄기 위한 또다른 조치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뒤 중국에 대한 규제와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중국 국영 뉴스 기관들이 외교 기관으로 등록하도록 요구하고, 미국 내에서 활동 규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공산당원과 그 가족들의 미국 여행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내 중국 영사관은 뉴욕, 시카고, LA, 샌프란시스코 등 4곳에 더 있다.
미국이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로 영사관 철수를 요구한 게 처음은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6년 대선개입 의혹을 이유로 갈등을 겪던 가운데 2017년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 추방한 데 맞대응해 트럼프 행정부는 샌프란시스코의 러시아 총영사관과 워싱턴DC 대사관 부속건물, 뉴욕 영사관 부속건물 등 총 3곳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사태로 미·중간 갈등 수위는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양국 관계는 최근 '신냉전'이라고 불릴 만큼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홍콩보안법 통과, 남중국해 영유권, 5G 네트워크 등 갈등 전선도 확대하는 추세다.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사상 초유의 악재가 불거지면서, 이날 뉴욕 증시도 즉각 반응했다. 중국 외교부가 강력히 보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와 선물지수와 나스닥 선물지수는 하락폭을 키웠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 35분 기준으로 S&P500 선물지수는 0.43%. 나스닥 선물지수는 0.55% 하락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