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서 한방진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숫자만 보고 분석하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자생한방병원장)은 1일 아주경제와 만나 한방치료가 자동차보험 인상을 부추긴다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손해보험 업계 입장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만 한의업계는 환자와 보험사, 정부 사이에 껴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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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방병원이 꾀병환자를 받고 있다는 오해로 곤욕스럽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일부 환자들 중엔 입원을 통해 보험에 대한 보상을 높게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 의료인 양심으로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라면 외래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싫어한다. 입원하면 합의금도 받을 수 있는데, 의사가 협조를 안하면 병원에 민원을 건다. 얼마 전 어떤 환자는 병원에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자동차보험료를 낮출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자동차보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보험은 저성장, 저출산, 신규 차량 등록 증가폭 감소 등으로 더 이상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자동차 부품비, 공임비, 수리비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영업 경쟁이 이뤄지면서 사업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진료비도 상승했지만, 앞서 말한 요소들이 합쳐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증가시킨다고 할 수 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손해율 개선은 어려울 수 밖에 없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보험료 인상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한의진료비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총 9569억원으로 지난 2018년 대비 34%가 증가했다. 최근 5년 사이 5993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진료비 청구건수는 1030만 7826건으로 의과의 932만 1612건을 넘어섰다. 이 부회장은 “환자가 증가하는 만큼 진료비로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이 한방진료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사고’는 진료비도 큰 문제지만 ‘회복과 건강’도 중요하다. 대상포진과 피부병 등은 눈에 보이는 질병이지만 교통사고로 허리가 아픈 경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가 통증은 있지만 엑스레이(X-Ray)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정확히 판별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방에선 보이지 않은 부분을 치료하다 보니 환자들의 만족도와 방문율이 높은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서 한의 외래 진료에 대한 전반적 만족 비율이 86%, 입원 진료 만족이 91.3%에 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치료받은 주요 질환은 척추질환, 관절염 등 순이었다. 한의과가 교통사고 후유증 증상으로 손꼽히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서 환자의 만족감이 높다는 의미인 셈이다.
또 이 부회장은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에 있어 통원일수로 한의과와 의과를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과거 의과와 한의과 모두 자동차보험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할 때와 완전히 다르다”면서 “의과에서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에서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진료는 가급적 조기 종료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다 보니 의원 중 6곳 중 1곳 꼴로만 자동차보험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의과 치료를 이용하는 경우 교통사고로 아픈 곳이 있어도 합의금을 받은 후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을 통해 도수치료 등을 받는 게 환자 입장에서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란 것이다.
이 부회장은 “결국 환자 치료에 있어 한의과와 의과의 차이가 있고, 각자 갖고 있는 강점이 다르다”며 “자동차보험 환자들이 한의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도 한의치료의 강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자동차보험에서만 한의과와 의과가 동일하게 보장을 받고 있지만, 나아가 두 영역 모두 건강보험에서 고르게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프로필
△ 1979년생
△ 2004년 우석대 한의학 졸업
△ 2007년 우석대 한의학석사
△ 2015년 경희대 한의학박사
△ 2011년 4월 ~ 2017년 7월 자생한방병원 한방진료팀 원장
△ 2011년 8월 ~ 2017년 7월 자생의료재단 의료경영실장
△ 2011년 8월 ~ 2015년 3월 자생의료재단 척추관절연구소장
△ 2015년 9월 ~ 현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조교수
△ 2017년 3월 ~ 2019년 2월 대한한의학회 홍보이사
△ 2019년 3월 ~ 현재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
△ 2019년 3월 ~ 현재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 2017년 8월 ~ 현재 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