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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한의계와 의료계가 첩약 급여화를 두고 또 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올 하반기 첩약(여러 한약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약) 급여화가 다가오면서 한의계가 관련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다. 유일한 변수였던 대한한의사협회가 ‘찬성’으로 돌아서며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의료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이달 말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25일 한의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여부를 두고 양 측은 장외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김계진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 건강에 대한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첩약 급여화는 필요하다”면서 “협회 내 과반 이상의 회원들이 찬성한 만큼 본격적으로 첩약 급여화 사업 추진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지난 2013년에도 추진 여부에 대한 말이 나왔지만, 당시엔 한의사 이외 비의료인인 한약조제 약사와 한약사가 처방권에 준하는 조제권을 갖는 다는 내용이 시범사업에 포함되면서 한의계 내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도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원칙적으론 한의사의 처방 후 조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논의 돼 회원들의 찬성률이 높았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한의계의 여론이 ‘찬성’으로 모아지면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이 가시화되자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달 28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500여명이 참석하는 반대 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의료계는 사업 시행에 앞서 첩약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첩약의 원자재 공개와 더불어 임상시험 등이 우선 진행돼야 한다”며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국민 모두를 임상시험 대상자로 삼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또 그는 “건강보험 재원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으로 허투루 쓸 수 없는 돈이다.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을 부리는 이때에 적절한 곳에 쓰여야 하는데, 왜 굳이 이 시기에 첩약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야회 집회를 개최하는 데 대해 우려와 비판의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방 부회장은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집회를 진행해 표본을 보이겠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쟁점은 ‘첩약은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가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과 한의계의 반박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첩약과 제약을 같은 기준으로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첩약의 안전성은 원료가 얼마나 안전한가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현재 첩약 원료인 한약재는 국내산의 경우 재배 단계에서부터 전국 해당 지방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의 지도에 따라 비료(퇴비)‧농약 살포 등 재배관리를 받는다. 한약재 제조업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 한약재 검사기준에 따라 잔류농약, 중금속 등에 대해 입고‧출고 2회 검사를 거친 뒤, 합격품에 한해 한약재규격품으로 제조해 전국 한방병원, 한의원, 한약국 등에 공급한다.
그는 “첩약이 급여화되면 이런 과정은 더 투명해져 국민 안전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투표 결과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대해 회원의 63.2%가 찬성했다. 총 2만3094명의 한의사 회원 중 1만6885명여(투표율 73.11%)이 투표에 참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오는 10월부터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3개 질환에 수가를 지급하는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1단계 안을 제안했다. 연간 총 500억원의 건보재정을 투입하며 3년의 시범사업을 거쳐 본 사업 논의한다.
내달 개최될 건정심 본회의에서 시범사업안이 최종 확정된다면 오는 10월부터 전국단위의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