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멀게만 느껴졌던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공연 한 편은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화려한 적색 외투를 벗은 모차르트는 우리들처럼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차르트의 노래는 가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짙은 울림을 안겼다.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초연(初演)했던 뮤지컬 ‘모차르트!’ 10주년 기념공연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8월 9일까지 열린다.
‘모차르트!’는 국내에서 2010년 초연 후 2011·2012년·2014년·2016년 관객들을 만났다. 2010~2012년까지 유희성이, 2014년에는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2016년 고이케 슈이치로가 각각 연출을 맡았다. 이번 10주년 기념작에서는 유희성이 예술감독, 오스몬드가 연출자로 나선다.
한국 정서에 맞는 ‘모차르트!’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유 예술감독은 “처음에 여러 우여곡절 끝에 대망의 첫 공연을 올리던 그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10주년이라니 그저 놀랍다”고 말했다. 오스몬드 연출은 “각 시즌 좋았던 점들을 한데 모았다”며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뮤지컬 ‘모차르트!’가 175분(인터미션 포함)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소년부터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펼쳐지는 모차르트 일생.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려는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와의 갈등,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대립 등이 세밀하게 그려졌다.
“왜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지 않나요?”라는 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천재 음악가이기 이전에 아들이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험한 세상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천재성은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었다. 음악과의 사투는 모차르트를 힘들게 했다. 가정보다는 음악이 중요한 모차르트로 인해 아내 콘스탄체 베버도 점점 멀어져만 갔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도 결국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 앞에 모차르트는 절규했다.
17일 공연 시작 30여분 전부터 세종문화회관 바깥 출입문 쪽에 긴 줄이 여럿 생겼다. 체온 측정으로 인해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지만 관객들은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새로운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QR 코드 전자출입명부를 통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극장 안에 들어갈 때 이를 공연 티켓과 함께 보여줬다.
관객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바로 무대 위 배우였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모차르트를 아끼는 후원자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을 맡은 신영숙이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황금별’을 열창하자 관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준수·박강현과 함께 모차르트를 맡은 박은태는 ‘인간’ 모차르트의 내면을 섬세한 연기와 노래로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6년 만에 모차르트로 무대에 선 박은태는 훨씬 완숙한 무대를 선보였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감동은 공연이 끝난 후에 더욱 커졌다. 모든 배우들이 함께한 커튼콜에서 박은태가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저희 배우들은 이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번에 다시 깨닫게 됐다”며 울먹였다. 배우들의 진심은 진심 어린 박수로 이어졌다. 울먹이는 관객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박은태는 “여러분이 안 계시면 저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다시 한번 고개 숙였다. 울먹이는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나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무대와 관객석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