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발(發) 역효과가 전국에서 감지되고 있다.
규제 발표 전부터 '풍선효과'가 예상된 김포·파주뿐 아니라 대전·청주 인근의 세종까지 매매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사실상 전국이 규제 대상이 되면서 '똑똑한 한 채'를 노린 투자자들이 결국 서울로 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상승세를 주도한 지역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사업 등 대형 개발호재를 만난 강남·송파구였다. 송파구가 0.14% 올랐고, 강남구 역시 압구정·대치동 인기단지 위주로 0.11% 올랐다.
인천도 0.26% 올라 전주(0.2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부평구(0.42%), 서구(0.36%), 연수구(0.28%), 동구(0.07%) 등이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방은 전체적으로 0.15% 올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청주시는 이번 조사에서 청원구(1.33%), 흥덕구(1.31%), 서원구(0.84%), 상당구(0.73%)가 모두 전주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4개 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전시는 0.51%, 세종시는 0.98% 올랐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초강도 규제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매입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
김포·파주에서는 갭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매물이 빠르게 소진돼 집주인들은 가격을 올리고 매물을 거두는 등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롯데캐슬 전용면적 84㎡의 경우 이달 초 4억원대 초반에 급매가 거래됐는데, 지금은 5000만원 이상 오른 값에 거래되고 있다. 집주인들은 4억5000만∼5억원까지 가격을 높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권에서는 대책 발효일인 23일 전에 아파트를 사고팔려는 움직임이 주말 내내 나타났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주와 대전이 이번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이미 규제지역인 세종으로 '리턴'하는 모습이다. 세종은 인근 지역보다 학군·상권·교통·직주 근접성 등 입지조건을 갖춰 선호도가 높다.
곳곳에서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나자 국토교통부는 "규제지역 이후 다른 비규제지역에서 주택시장 과열이 발생하면 즉시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거두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가 풍선효과가 불거질 때마다 더 강한 규제책을 내놓겠다고 외치다 보니 국민들의 '정책 불신'을 심화시키고 시장 불안정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미 내성이 생긴 시장은 고강도 규제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서울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된데다 수도권 지역 집값도 이미 크게 올라 서울로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발표 때마다 시장이 멈칫 하는 듯했지만,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반복했다"며 "이번 규제지역 확대조치도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순 있지만, 중장기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