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 아니 읍참 ‘최측근 검사장’

2020-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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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泣斬馬謖)은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고사성어다.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다는 뜻으로,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도 규칙을 어겼다면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마속이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능한 장수이며 제갈량이 아끼던 인재로, 아주 가까운 친구의 동생이었다는 것과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제멋대로 엉뚱한 곳에 진을 쳤다가 대패해 끝내 참수를 당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다 보니 이 고사는 요즘 세상에도 자주 소환된다. 특히 권력자의 핵심 측근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읍참마속’만큼 거론하기 쉬운 고사도 없을 것 같다. 제 아무리 핵심 측근이라고 해도 법을 어겼으면 내쫓아 처벌해야 한다고, 그것이 법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인용되는 고사성어가 바로 '읍참마속'이다.

그 말의 용례가 그러하다 보니 가끔은 법치주의라는 말과 한 묶음으로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동의어처럼 쓰일 때도 있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도 언론은 일제히 ‘읍참마속’을 거론하면서 일벌백계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의 측근, 혹은 권력 핵심인사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는 당연한 주장도 함께 나왔다.

당시 언론 보도만 보면 조 전 장관 일가는 최악의 ‘가족 사기단’인 것이 분명해 보이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알려지는 검찰수사 상황은 어지러울 정도였고,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말도 안 되는 오보도 적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조 전 장관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의혹이 불어나자 검찰 일부에서는 조 전 장관을 처벌하지 않으면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와대를 거론하며 대통령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 상황을 이끈 것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때론 직접 나서기도 하고 때론 언론이나 측근을 앞서우며 '메시지'를 던졌던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까지 거론해가며 ‘읍참조국’ 여론에 불을 붙였다.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의 혐의는 지금까지 재판에서 많은 것이 밝혀졌고 또 앞으로도 밝혀질 것이니 여기서 따로 거론하지는 않겠다. 잘못이 있다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정의이며 원칙이다. 읍참마속이든 읍참조국이든 법을 어겼다면 울면서라도 베어야 한다. 반면 무죄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사과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원칙은 윤석열 검찰총장, 아니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당연히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원칙이다.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의 이모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불법 공작수사를 기도했다는 의혹이 바로 ‘검언유착’ 사건이다.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그 지위와 위세를 이용해 ‘뒷배를 봐줄 테니 제보자의 진술을 받아와라’고 요구하고 기자가 실행에 옮긴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영화 같은 스토리이지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와 세종로 언저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수사가 불가피한 사건이다. 검찰이 스스로 수사하든 경찰에 맡기든, 다음 달쯤에 생길 공수처에 넘기든, 특검을 하든, 누가 하든 상관이 없다. 성역 없이 철저하고 엄정하게 밝혀 죄가 있는 사람은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다.

그 대상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라면 더욱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조국 장관은 안 된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한 것이 정말 윤 총장이 맞는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적어도 감찰에 나서겠다는 대검 감찰부장을 따돌리고 사건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시간을 끌려고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조국을 향해서는 매섭게 돌아가던 윤석열의 칼이 자신의 측근 앞에서 어정쩡해진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상황도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검찰이 춘 칼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검찰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며, 검찰개혁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검찰 스스로 자백하는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됐다는 그 최측근 검사장을 따로 거론하지 않겠다. 모두가 다 알고 있으니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법에 따라 울면서 목을 베야 한다면 그 역시 예외는 아니어야 한다.

[사진=장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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