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세종학당에 다니는 김지수(가명)씨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꿈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한글은 한국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언어라는 씨앗이 가진 힘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0일 서울 서초구 세종학당재단(이사장 강현화)을 방문해 한국어 화상 수업을 참관하고 2020년 새롭게 지정된 세종학당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화상 수업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세종학당에서 수업 4개를 들을 만큼 열정적인 김씨는 “한국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BTS를 보고 싶다. 드라마 OST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전 세계 세종학당 학생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 속에서도 차질 없이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올해 처음 도입한 ‘온라인 세종학당’ 등을 통해 비대면 화상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 세종학당 139개소에서 비대면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에스더 선생님은 “세종학당재단에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개발해줘 오프라인 수업 방식의 90%를 적용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짝 지어서 하는 활동을 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다”고 전했다.
강현화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온라인 강의는 대면강의 때보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현지에서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르치시는 교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화상 수업 참관 이후 박 장관은 2020년 새롭게 지정한 30개국 34개소 세종학당을 발표했다. 이 중 덴마크·스웨덴·아르메니아·조지아 등 15개국은 기존에 세종학당이 지정되어 있지 않던 국가이다. 이번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역대 최대 규모 50개국에서 101개 기관이 신청했다.
2007년에 3개국 13개소, 수강생 740명과 함께 시작한 세종학당은 이번 신규지정으로 전 세계 76개국 213개소로 확대됐다.
전 세계 세종학당 수는 2013년 100개소 돌파 이후 7년 만에 200개소를 돌파했다. 대표적인 한류 중심지인 베트남, 태국 등 신남방 지역은 물론, 최근 한국방역(케이-방역)의 수혜국으로 화두에 오른 마다가스카르, 6.25 참전국 에티오피아 등 세계 각지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세종학당이 새로 들어선다.
세종학당이 심은 씨앗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작년에 전 세계에서 7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웠고, 3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국내 유학, 한국 기업 취업을 위해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했다. 전 세계에 한류동호회는 1799곳이 있으며, 9900만여 명의 한류동호인이 활동하고 있다.
박 장관은 “한국어는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의 언어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우리나라 말을 더욱 다듬고 세계로 더 뻗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글이 한류의 새로운 한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박 장관은 “한글을 중심으로 한류의 분야를 확대해나가야 한다”며 “한국어처럼 과학적이고 사용하기 좋은 언어 없어가 없다. 한글이 세계 문화발전 나아가 평화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비대면 사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주요 추진 전략으로 △인공지능·거대 자료(빅데이터) 등 신기술 도입 △신남방‧신북방 지역 등 학습자 맞춤형 비대면 학습 환경 구축 △유관기관과의 한국어 학습 콘텐츠 이용 협업 확대 △온라인 문화교류 활성화 등 비대면 사업을 확충하고 온라인 기능을 포함한 ‘세종학당 교육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강 이사장은 “앞으로 학습자 발음 빅데이터를 구축해 개방하고 공유할 계획이다”며 “학계와 산업계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