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인출책 60대 '치매'로 두 번이나 무죄?

2020-06-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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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활동한 60대 남성이 치매라는 이유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지난 2018년에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으나 범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무협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최한돈 부장판사)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A(68)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590만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행 인출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에서 검찰은 A씨의 혐의를 사기미수에서 사기방조로 변경했다.

A씨 측은 "A씨가 뇌경색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건망증) 내지 치매 증세를 갖고 있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것인 줄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A씨는 2005년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2016년 치매 검사에서는 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갖춘 사람도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범행에 속아 본의 아니게 인출책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피고인의 나이와 정신건강 상태에 비춰 볼 때 그가 자신의 행동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의심하지 못한 것이 범행에 가담하거나 이를 용이하게 하려는 고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2018년에도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3600만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사기방조)로 입건됐으나 돈을 인출한 사실도 기억하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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