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국내 게임 분야 최초의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 '경기게임마이스터고'가 개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안양시 등이 협력해 탄생한 이 학교는 단계별 게임 이론 교육과 학년별 게임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게임 인재를 키우는 게 목표다. ‘게임개발과’ 단일 학과로, 신입생 77명이 4개 학급에 배정됐다. 신입생 모집은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비는 전액 무료이며,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고성장·일자리 산업으로 손꼽히지만 현장에선 늘 인력 부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석희 경기게임마이스터고 초대 교장은 올해 첫 신입생들이 졸업 시 4년제 대학 졸업생에 준하는 게임 개발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기획, 디자인까지 이해하는 다재다능한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 개발자가 되길 희망하는 10대 청소년들에겐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탐구를 강조했다.
Q. 경기게임마이스터고 초대 교장을 맡았다. 소회는?
-첫 부임이라고 해서 부담이 있는 건 아니다. 성공적으로 학교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과과정을 시스템화하고, 교원 역량을 강화해 다음에 부임할 후임 교장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업으로 갈 수도 있다. “내가 졸업시켰어”, “내가 가르쳤어”가 끝이 아니라 학생들이 동료나 후배, 제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같이 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교장직은 어떻게 맡게 됐나?
-업계에 게임마이스터고를 설립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현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협회에 담당 선생님들이 찾아와 자문을 했다. 학교에서 하는 자문회의, 워크숍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선생님들이 게임을 잘 모르니까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산업과 교육의 영역을 같이 경험해본 사람이 많지 않다. 저는 기업을 운영해보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인재원의 교육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행정적인 부분도 경험했다. 청년개발자로서 소명 의식도 있다. 기존의 게임 관련 교육기관, 학원, 대학 등이 많은데, 산업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이에 대한 대안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사업계에서 누구를 섭외해야 하고,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 지 등을 조언하고 있다.
Q. 개교 첫해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개학이 어려워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사실 정부에서 온라인 개학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과거 사이버대학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만들고 제공해본 경험이 있다. 이게 도교육청에 알려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학교로 평가를 받았고, 온라인 교육을 선도하는 학교가 됐다. 이후에 모든 학교로 온라인 개학이 확대됐다. 개발 수업의 특성상 비대면으로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Q. 교사진은 어떻게 구성했나?
-산학겸임 교사 5명을 초빙했다. 정규과목뿐만 아니라 방과 후 수업, 멘토링, 전공별 동아리 11개를 봐줄 선생님들이다. 향후 산학겸임 교사를 2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게임마이스터고가 처음이다 보니 교사에 대한 인력풀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이 리스트도 정리하고 있다.
Q. 학생들은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게임 기획, 디자인 영역도 배우나?
-1학년 4개 학급의 전공은 프로그래밍이다. 다만 교과과정에 기획과 그래픽 요소를 모두 담았다. 게임은 종합 예술과 같아서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들과 협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획과 그래픽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왕이면 기획 능력이 있는 개발자를 키우고 싶다. 산업계에선 인건비 대비 다재다능한 인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게임 개발툴이 발전해 혼자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경우에도 인접 분야를 모두 알아야 유리하다.
Q. 지금 1학년생이 졸업하면 어떤 수준의 능력을 갖출 수 있나?
-웬만한 대학교 졸업생 수준의 능력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업계의 연봉은 학력의 영향이 크지 않다.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창의성과 실력으로 역전할 수 있는 게 게임산업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도 투명하다.
Q. 협력할 업계 목록을 보니 대기업은 넥슨, NHN뿐이다.
-협력 기업의 수보다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요구와 업계의 요구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현재 1학년이 묵을 임시 기숙사는 향후 산학협력관으로 리모델링된다. 입주 기업들이 들어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1대 1 지도가 가능하다. 학생들은 산학협력관에서 현직 개발자들의 에너지, 기운, 일하는 자세 등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을 10여개팀으로 구성해 공모전도 준비하고 있는데, 산학협력관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Q.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에 등재하겠다고 한다. 향후 인재 모집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개발자와 게임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아이들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게임산업은 산업 규모 대비 홀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중독에 대한 게임업계의 학문적 연구가 의료계 대비 약한 건 사실이다. 논리적인 대응이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현 정부의 방향으로 보면 일단 WHO가 요구하는 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코로나19 사태로 전통 스포츠 경기들의 개막이 연기되면서 e스포츠를 시청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e스포츠와 관련한 교육은 없나?
-겉으로 보기엔 e스포츠가 게임의 한 부분으로 보이지만 개발의 영역과 게임을 하는 영역은 다르다. 선수와 감독이 존재하고, 해당 게임을 개발한 기업이 주도권을 가진다. 학교가 지향하는 점과는 별개다.
Q.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10대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전공 분야의 능력 차이는 6개월만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의미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문학적인 베이스가 필요하다. 역사적 배경을 재해석해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개발에서도 다양한 학문적 스펙트럼이 필요하다. 하나의 행위에 대한 탐구,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특정 키워드가 올라오면, “이게 왜 지금 올라왔을까?”하는 궁금증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세상이 관심을 두는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정석희 교장은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설립자 중 한명으로 애플웨어, 네오플 등의 게임사를 거친 1세대 개발자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신지소프트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국VR포럼과 루더스501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과 경기게임마이스터고 교장을 겸직하고 있다. 2018년에 경기게임마이스터고의 전신인 경기글로벌통상고가 게임마이스터고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맡았고, 이후 경기게임마이스터고의 초대 교장에 올랐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루더스501 대표이사
-한국VR포럼 대표
-신지소프트 부사장
-동아방송예술대학 게임애니메이션학과 교수
-SK 커뮤니케이션즈 게임사업본부 / 전략기획실 과장
-네오플 실장
-애플웨어 실장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고성장·일자리 산업으로 손꼽히지만 현장에선 늘 인력 부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석희 경기게임마이스터고 초대 교장은 올해 첫 신입생들이 졸업 시 4년제 대학 졸업생에 준하는 게임 개발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기획, 디자인까지 이해하는 다재다능한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 개발자가 되길 희망하는 10대 청소년들에겐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탐구를 강조했다.
-첫 부임이라고 해서 부담이 있는 건 아니다. 성공적으로 학교 인프라를 구축하고, 교과과정을 시스템화하고, 교원 역량을 강화해 다음에 부임할 후임 교장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업으로 갈 수도 있다. “내가 졸업시켰어”, “내가 가르쳤어”가 끝이 아니라 학생들이 동료나 후배, 제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같이 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교장직은 어떻게 맡게 됐나?
-업계에 게임마이스터고를 설립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현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협회에 담당 선생님들이 찾아와 자문을 했다. 학교에서 하는 자문회의, 워크숍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선생님들이 게임을 잘 모르니까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산업과 교육의 영역을 같이 경험해본 사람이 많지 않다. 저는 기업을 운영해보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인재원의 교육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행정적인 부분도 경험했다. 청년개발자로서 소명 의식도 있다. 기존의 게임 관련 교육기관, 학원, 대학 등이 많은데, 산업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이에 대한 대안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사업계에서 누구를 섭외해야 하고,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 지 등을 조언하고 있다.
Q. 개교 첫해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개학이 어려워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사실 정부에서 온라인 개학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과거 사이버대학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만들고 제공해본 경험이 있다. 이게 도교육청에 알려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학교로 평가를 받았고, 온라인 교육을 선도하는 학교가 됐다. 이후에 모든 학교로 온라인 개학이 확대됐다. 개발 수업의 특성상 비대면으로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Q. 교사진은 어떻게 구성했나?
-산학겸임 교사 5명을 초빙했다. 정규과목뿐만 아니라 방과 후 수업, 멘토링, 전공별 동아리 11개를 봐줄 선생님들이다. 향후 산학겸임 교사를 2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게임마이스터고가 처음이다 보니 교사에 대한 인력풀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이 리스트도 정리하고 있다.
Q. 학생들은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게임 기획, 디자인 영역도 배우나?
-1학년 4개 학급의 전공은 프로그래밍이다. 다만 교과과정에 기획과 그래픽 요소를 모두 담았다. 게임은 종합 예술과 같아서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들과 협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획과 그래픽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왕이면 기획 능력이 있는 개발자를 키우고 싶다. 산업계에선 인건비 대비 다재다능한 인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게임 개발툴이 발전해 혼자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경우에도 인접 분야를 모두 알아야 유리하다.
Q. 지금 1학년생이 졸업하면 어떤 수준의 능력을 갖출 수 있나?
-웬만한 대학교 졸업생 수준의 능력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업계의 연봉은 학력의 영향이 크지 않다.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창의성과 실력으로 역전할 수 있는 게 게임산업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도 투명하다.
-협력 기업의 수보다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요구와 업계의 요구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현재 1학년이 묵을 임시 기숙사는 향후 산학협력관으로 리모델링된다. 입주 기업들이 들어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1대 1 지도가 가능하다. 학생들은 산학협력관에서 현직 개발자들의 에너지, 기운, 일하는 자세 등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을 10여개팀으로 구성해 공모전도 준비하고 있는데, 산학협력관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Q.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에 등재하겠다고 한다. 향후 인재 모집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개발자와 게임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아이들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게임산업은 산업 규모 대비 홀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중독에 대한 게임업계의 학문적 연구가 의료계 대비 약한 건 사실이다. 논리적인 대응이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현 정부의 방향으로 보면 일단 WHO가 요구하는 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코로나19 사태로 전통 스포츠 경기들의 개막이 연기되면서 e스포츠를 시청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e스포츠와 관련한 교육은 없나?
-겉으로 보기엔 e스포츠가 게임의 한 부분으로 보이지만 개발의 영역과 게임을 하는 영역은 다르다. 선수와 감독이 존재하고, 해당 게임을 개발한 기업이 주도권을 가진다. 학교가 지향하는 점과는 별개다.
Q.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10대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전공 분야의 능력 차이는 6개월만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의미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문학적인 베이스가 필요하다. 역사적 배경을 재해석해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개발에서도 다양한 학문적 스펙트럼이 필요하다. 하나의 행위에 대한 탐구,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특정 키워드가 올라오면, “이게 왜 지금 올라왔을까?”하는 궁금증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세상이 관심을 두는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설립자 중 한명으로 애플웨어, 네오플 등의 게임사를 거친 1세대 개발자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신지소프트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국VR포럼과 루더스501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과 경기게임마이스터고 교장을 겸직하고 있다. 2018년에 경기게임마이스터고의 전신인 경기글로벌통상고가 게임마이스터고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맡았고, 이후 경기게임마이스터고의 초대 교장에 올랐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루더스501 대표이사
-한국VR포럼 대표
-신지소프트 부사장
-동아방송예술대학 게임애니메이션학과 교수
-SK 커뮤니케이션즈 게임사업본부 / 전략기획실 과장
-네오플 실장
-애플웨어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