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확산... "AR·VR로 공략한다"

2020-05-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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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사장 "디지털 혁신과 비대면, 커다란 변화의 흐름될 것"

원격교육부터 군부대 훈련까지 사회 곳곳에 스며든 실감형 콘텐츠

실감형 콘텐츠, 차세대 미디어로 성장할 것

"코로나19 이후로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원격의료, 배달 앱 등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혁신과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구현모 KT 사장은 최근 국내 벤처캐피털(VC) 경영진들을 만난 자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이같이 예측했다. 구 사장은 이날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특정 산업 분야는 전체 경제 흐름과는 다른 독자적 변화를 꾀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언택트(비대면) 분야 서비스의 부상을 지목하면서 "이 기회를 기업이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특정 교과목을 중심으로 비대면 교육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독거노인이나 도서·산간 지역주민에게 간단한 의료를 처방하는 등 새로운 편의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바이오·헬스 분야에도 주목했다.

구 사장은 "국내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 수준이 낙후된 국가 간 ICT 기반 의료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IT 기반 의료 서비스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도 새로운 시장개척 방안"이라고 말했다.
 

[사진=KT 제공]

◆ KT에 쏟아지는 '러브콜'··· 몸값 오른 실감형 콘텐츠 사업
 
코로나19 확산 이후 KT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교육계와 의료계, 보험, 호텔업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콘텐츠 제휴를 타진하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 해법을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과 같은 실감형 콘텐츠에서 찾으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KT 측에 따르면, 특히 의료계에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KT를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KT는 2014년부터 실감형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어 기반을 다지면서 획득한 경험이 풍부하다. 현재 KT는 홀로그램과 VR, AR, MR,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술)까지 총 5개 분야의 실감형 콘텐츠 플랫폼 구축 사업과 서비스를 운영한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4K 무선 VR 서비스인 슈퍼VR이다.

[박정호 KT IM사업담당 상무. [사진=KT 제공]]

박정호 KT IM사업담당 상무는 20일 본지와 만나 "KT가 이런 것도 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간 실감형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비대면 실감형 콘텐츠의 활용도가 특히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몰입형 콘텐츠다 보니 재활훈련을 받는 환자나 어린이들도 거부감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데다, 시·공간 제약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분야 활용사례로는 지난 4월 부산대병원과 VR 기반 원격재활 솔루션을 공동개발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KT와 부산대병원은 KT의 개인형 VR 서비스인 슈퍼VR에 게임형 재활훈련 프로그램을 탑재, 뇌질환 환자가 운동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훈련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KT는 향후 치매환자의 인지능력 향상을 돕는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도 의료계와 협력해 선보일 계획이다.
 
 

KT 슈퍼VR을 통해 제공되는 영어교육 콘텐츠 스픽나우. [사진=KT 제공]

교육 분야로도 이미 KT의 VR 서비스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앞서 슈퍼VR에는 '스픽나우', 'Live at ease', 'VR각영어' 등 세 가지 몰입형 영어교육 콘텐츠가 탑재됐다. 'Live at ease'는 강사와 학생이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직접 만나 영어회화 연습을 할 수 있는 콘텐츠다.
 
슈퍼VR과 KT의 화상회의 플랫폼인 인게이지를 활용해 가상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서비스도 현재 교육현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교실 환경을 그대로 가상공간에 옮겨놓고, 아바타로 학생과 교사가 만나 시각자료를 공유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아바타는 학생과 교사의 얼굴을 그대로 본딴 모습으로 등장해 소통상의 재미를 더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KT의 실감형 콘텐츠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강조되던 지난 3월부터 슈퍼VR의 전체 이용량이 60% 상승했다.
 
부동산에서도 KT의 실감형 콘텐츠가 활용되고 있다. KT는 스타트업 올림플래닛과 공동으로 슈퍼VR에서 부동산 중개서비스 '집뷰'를 운영하고 있다. 집뷰는 매물 내부를 VR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집안 내부구조를 포함해 주변 입지와 단지구조, 심지어 완공이 되지 않은 건물의 완공 후 모습까지 초고화질인 8K 실사로 살펴볼 수 있다. 집뷰의 2~3월 이용자 수는 이전 대비 5배 증가했다.
 
여행 콘텐츠도 인기가 많다. 야외활동 감소로 여행, 공연 분야 이용률은 2배가량 늘었다. 1인 당 평균 이용시간도 20% 이상 증가했는데, 특히 주말 이용시간에 활용도가 높다. 박 상무는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는 야외 활동을 못하는 이들을 달래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AR과 VR의 단점을 보완한 MR 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MR은 실내 벽에 빔으로 영상을 쏴 VR처럼 생생한 콘텐츠를 현실 공간에 만들어, 이용자가 그 위에서 움직이면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영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 빈 벽 하나에 빔 프로젝터와 모션센서만 장착하면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KT는 MR 서비스가 실감형 콘텐츠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이나 아이들이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고, AR 특유의 현실감과 VR의 몰입감이라는 장점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이달 중에 새로운 MR 전용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KT 측에 따르면, 호텔·항공·보험업계가 KT와 협력해 실감형 콘텐츠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투숙객에게 객실과 함께 실감형 콘텐츠 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 각 지역별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비대면 교육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어린이들이 KT의 MR스포츠 체험존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KT 제공]

◆코로나19가 실감형 콘텐츠의 성장을 견인 
 
실감형 콘텐츠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VR의 경우 HMD를 써야 하는 불편이 따르고 어지럼증을 유발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HMD를 포함한 장비 비용도 아직은 보편화된 서비스를 만들기엔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KT는 지난해부터 실감형 콘텐츠를 대중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11월에 선보인 슈퍼VR tv가 대표적이다. 슈퍼VR tv는 구현모 사장이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시절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로, VR 환경에서도 IPTV를 즐길 수 있게 기기 간 장벽을 허물어 서비스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국내에서 상용화된 5G 서비스 덕분에 실감형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5G의 초연결성 덕분에 더욱 생생한 가상세계가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이 가능해졌다.
 
박 상무는 실감형 콘텐츠가 5G와 가장 적합한 형식의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연이나 끊김이 발생하면 가상공간에서의 수업도 의료서비스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감형 콘텐츠에는 초연결성과 저지연, 광대역 네트워크라는 5G의 속성이 곳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는 올해부터 기업 간 거래(B2B)에 주목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남아 지역 사업자와 현지 협력도 추진 중이다. 박 상무는 "5G와 코로나19가 촉발한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를 접목한 여러 산업군에서의 활용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상무는 올해 실감형 콘텐츠가 IPTV(인터넷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어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KT의 목표는 실감형 콘텐츠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육과 의료 분야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제공하는 기술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실감형 콘텐츠는 지금의 2D 콘텐츠를 넘어서는 차세대 미디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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