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신도시’ 속 남북통합문화센터, 탈북민·지역주민 소통·통합 이끌까

2020-05-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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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합문화센터, 13일 설립 필요성 제기 8년 만에 온라인 개관

'문화' 활동 통해 탈북민-지역주민 간 마음의 거리 좁힌다는 계획

'서울 신도시' 강서구 마곡지구 위치…탈북민 접근성 문제 과제로

지역주민센터 전락 우려…코로나 영향 오프라인 개관 수정 불가피

‘문화’를 매개로 북한이탈주민(탈북민)과 지역주민 간 소통과 화합 실현을 목표로 한 남북통합복합센터(이하 센터)가 13일 정오 온라인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 2012년 국회 등에서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약 8년여 만이다.

통일부는 온라인 개관 하루 전날인 12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오픈하우스’를 통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있는 센터 내부를 공개했다.

센터는 지하철 5호선 송정역과 마곡역 사이에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자리 잡았다. 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신도시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지역이다.

이른바 ‘서울의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곳에서 탈북민과 지역주민 간 통합의 장이 열리게 된 것으로 이 센터가 정부가 추구하는 남북평화통합의 출발점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온라인 개관한 남북통합문화센터.[사진=정혜인 기자]


◆서울 도심 첫 남북 공동문화구역···‘남북통합문화센터​’

온라인 개관 전 찾은 센터는 다른 지역문화센터보다 좋은 시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상 7층과 지하 2층 규모의 건물에는 도서관, 체육단련실, 음악실, 요리교실, 대강당 등 문화생활을 위한 각종 활동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유튜브 등 뉴미디어 시대 흐름에 적합한 영상 촬영 공간도 준비됐다.

단연 눈에 띄는 공간은 탈북민을 위한 전용 상담센터였다. 건물 4층에 있는 ‘상담센터 마음 숲’은 탈북민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탈북민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남북 생애나눔대화’ 집단상담실과 1:1 개인상담실, 그룹 상담실이 마련됐다. 특히 개인 상담실 옆에는 탈북민 아이들이 장난감 등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아동용 심리 안정실도 준비돼 탈북민을 위한 정부의 배려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종주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 “보통 지역문화센터에서 제공하는 요리 강좌나 노래 교실, 탁구 활동 등 생활밀착형 강좌들을 볼 수 있다”며 “탈북민과 지역주민이 같이 (프로그램을) 듣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센터에 관해 설명했다.

이 국장은 “지금까지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탈북민과 국민 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여러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문화를 매개로 주민과 탈북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누릴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해서 남북통합문화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센터 소개에 나선 통일부 당국자는 심리상담센터에 대해 “부모가 개인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는 동안 아이들이 옆방에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른 당국자는 “전체적으로 잘 준비한 것 같은데, 짓고 보니 아쉬운 점은 요리교실 공간을 좀 더 크게 했어야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 요리교실에 대한 문의가 제일 많은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내부 시설. [사진=정혜인 기자]


◆‘탈북민 혐오’ 고비 넘겼지만···오프라인 개관·접근성 과제 여전

통일부 당국자들은 센터 설립부터 개관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탈북민과 지역주민 간의 소통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기대감으로 출발했지만, 국내 사회에 퍼진 ‘탈북민 혐오’로 센터 부지 선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이 국장은 “당초 센터 건립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12년인데, 8년이 지난 2020년에 와서야 (센터) 문을 열게 됐다”며 “문화시설임에도 탈북민 관련 시설이라는 점에서 주민 반대가 많아, 설득 과정이 상당히 길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당국자는 “설립 추진 초반에 센터가 ‘탈북민 전용센터’라는 오해가 있어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역주민들이 개관을 더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난감대여소, 어린이도서관 등 지역 아동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주민들이 기대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센터 설립 과정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는 “알고 보니 ‘탈북민 전용센터’라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현지 지역주민이 아닌 부동산업계 사람이 많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탈북민과 지역주민 간 소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센터의 접근성과 수요 충족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당초 ‘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탈북민·지역주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어떤 방법으로 실행시켜야 나갈지도 고민할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탈북민의 접근성에 문제가 있어 결국에는 지역주민만 이용하는 일반적인 지역문화센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당국자는 강서구에는 전체 탈북민의 10%가량이 거주하고 있고, 인천 등과 왕래가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북하나재단의 ‘2019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탈북민의 32.5%가 경기도에 거주 중이다. 서울은 24.2%, 인천은 7.4%이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탈북민들이 지속적으로 이 공간을 찾도록 하는 게 통일부로서도 과제”라며 탈북민 관련 민간단체, 하나센터 등과 함께 탈북민 대상 이동 편의 제공 방안 등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기획전시관. [사진=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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