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본격화되는 미-중 전략 경쟁

2020-05-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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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미국과 중국,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가 코로나19 책임론의 재 점화로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부터 중국이 절취한 기술로 제품을 만들고 이를 환율조작이나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의 이익은 물론 국제통상질서까지 해친다면서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반기를 들면서도 경제전쟁의 확전을 자제했고, 결국 올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해 일종의 휴전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을 다시 거론하고, 중국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중 경쟁 2라운드가 본격 시작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과 견제는 장기적으로 중국을 도전자의 반열에서 탈락시키려는 구도에서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세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며 화웨이(華爲) 사태로 드러났듯 기술패권 경쟁에 이어 환율·금융에 대한 조치, 궁극적으로는 이념과 보편 가치 그리고 군사문제까지 연결하는 거대 담론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순차적이라기보다는 동시진행형이다. 지난 2018년 펜스 부통령이 2018년 중국이 현 공산당 독재체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없다는 선언으로 실질적인 '신냉전'(new cold war)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중 갈등이 패권경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책임론’을 강력히 재론하는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일단 11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 전략상 코로나19에 따른 인명피해와 경제적 고통에 대한 분노를 중국의 과실로 돌리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외교안보라인이 전면에 나서서 중국이 인위적으로 세균을 제조하거나 유출한 것이 아니더라도 초기 사실 은폐와 부정확한 통계 제시로 공동방역의 적기를 놓쳐 결국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이어진 책임을 지라면서 날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합의 백지화는 물론 1조 달러 관세 보복이나 미국인들이 중국정부를 미국 법정에 세우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중국에 대한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 배제 방안까지 언급하면서 국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또 글로벌 공급 사슬을 재편성해 장기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대선 경쟁자로 사실상 확정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를 친중(親中)화하는 프레임을 짜기도 한다.

중국은 중국의 코로나 대응에 찬사를 보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책임론을 강조하는 것은 국내 정치용이라며 팬더믹을 더 이상 정치화하지 말고 미국 내의 전염병 예방과 확산에나 주력하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자국의 코로나 진정 국면을 이용해 인공호흡기나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물자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국제 보건의료 실크로드’건설을 주창하는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국이 쩔쩔매는 틈을 이용해 중국의 방역 성과와 중국식 관리 모델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코로나19 피해국을 ‘친중(親中) 국가’로 만들어 미국의 쇠퇴를 부각시키려는 노림수도 있다. 시 주석이 지난 27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에서 중국에서 전염병 통제 및 조업 재개가 강력히 이뤄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당의 영도 및 사회주의 제도의 우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체제우위론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은 이미 경기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의 편이라면서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면서 ‘중국제조 2025’에 대한 투자 확대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양 강대국 신경전은 결국 안보와 통상 등으로 번져 국제질서의 재편을 추동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미·중 양국이 각자 의도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리드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만 내세우면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중국 역시 현재까지는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투명성과 신뢰성에는 커다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에서도 중국경계론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6조 달러(약 7300조원) 규모의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인도 변호사협회도 중국에 20조 달러(약 2경4000조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중국도 각국이 코로나 대처를 잘못해 중국 기업이 손해를 봤다면서 대응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정치 체제와 세계관을 가진 미·중 신냉전과 중국과 중국적 방식을 불신하는 국가들의 복잡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미국은 대선까지 중국 때리기에 열중할 것이고,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역이용해 자신의 대외 영향력 제고나 민족주의 정서 고양으로 내부적 결집을 도모하면서 미국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 자명하다. 국제질서에서도 각자도생의 전면적 경쟁과 급속한 분열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다시 한 번 큰 어려움에 봉착할 조짐이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와 경기 침체도 문제지만, 남북 소통 및 북미 대화 경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미·중간의 전략적 갈등은 자칫 한국의 활동 공간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다층적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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