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공급정책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고강도 규제 정책을 내놓은 건 강남을 중심으로 동심원처럼 번지는 풍선 효과를 차단하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 사각지대의 투기 수요까지 막아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시장에서도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 이후 지역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는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광역시에선 용도지역 중 도시지역으로 지정된 민간택지에서 나오는 주택의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청약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인천·시흥 등 비규제지역의 청약경쟁률도 종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 현대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804가구 모집에 5만8021명이 청약해 송도국제도시 분양 사상 최고인 평균 72.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분양한 경기도 시흥시 '시흥 장현 영무예다음'은 평균 50.2대1이라는 시흥시 역사상 최고 경쟁률을 올리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19로 경기여건의 불투명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높은 환금성으로 단기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비규제 지역이 수요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8월 이후부터는 분양권 전매 시장의 이와 같은 틈새가 대부분 밀봉돼 관련 거래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5·6 공급대책에 이어 다시 한 번 부동산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관계기관 합동조사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거래 건이라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아니며, 엄격하고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규제‧비규제지역 등 대상지역을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법인 거래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실거래 조사, 거래정보 수집 강화를 포함한 제도 개선 추진 등 고강도의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규제에 앞서 공급 물량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은 있다.
함 랩장은 "해당지역의 전매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인 5~8월 사이 분양을 앞둔 예정 단지규모가 13만7698가구에 달해 올해 12월까지 공급예정 물량 23만7730가구의 약 57.9%는 제도 시행 전 규제를 피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가 규제를 피해 8월 이전 밀어내기 공급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도 시행시기를 앞당겨 투기적 가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청약 과열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럴 경우, 지방과 서울 간 양극화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원정투자 거래량이 줄어드는 대신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자금이 서울,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양지영R&C연구소의 양지영 소장은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전매 제한이) 새 아파트 인기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서울 분양시장은 분양권 전매가 원천봉쇄됐지만 여전히 뜨거운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