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을 대거 발행한 국내 증권사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유로스톡스50(EURO STOXX50) 지수도 급락하며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실적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ELS 발행금액은 20조963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는 14조883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유로존 12개국의 주식들을 기반으로 산출한 지수다. 비교적 우량한 종목들을 담기 때문에 급락 가능성이 낮고 거래량도 충분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유로스톡스50도 낙폭이 커졌다는 점이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18일 2385.82까지 떨어지며 연 고점이었던 2월 19일(3865.18)보다 38.27% 급락했다. 최근 들어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ELS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 유로스톡스50 기초자산 ELS 발행 규모는 전분기(16조3086억원)보다는 8.7% 감소했다. ELS 상품을 통해 재미를 보던 증권사로선 1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낀 셈이다.
ELS 상품 관련 운용 비용도 실적 악재로 꼽힌다. 통상 증권사들은 ELS 발행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자체 헤지하거나 외국 투자은행(IB)으로 이전(백투백 헤지)한다. 자체 헤지한 증권사들의 경우 해외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며 증거금을 납부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커진 3월 유로스톡스50을 포함한 주요 지수들이 폭락하며 대규모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이 발생했다. 특히 자체 헤지 비중이 큰 증권사들의 경우 대규모의 증거금을 납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전체 파생결합상품 규모 대비 자체 헤지 비중이 60%를 초과하는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두 곳이다. 나신평은 "손실발생위험이 이전되는 '백투백 헤지'와 달리 자체 헤지는 헤지전략과 기초자산 변동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며 "자체 헤지 비중이 60%를 초과할 경우 변동성 관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는 자기자본 대비 자체 헤지 비중도 80%를 넘겨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당국도 ELS 마진콜 문제가 문제로 지목되며 올해 중점 검사 대상으로 ELS 등 파생결합상품을 선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자체 헤지 비중 문제를 어떤 식으로 관리할지 살펴보고 있다"며 "대응 방향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내부 검토 후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