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경제활동의 위축 등이 세간의 주요 이슈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충격으로 전 세계 경제활동이 잠시 멈춘 듯하다.
또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규모와 속도 면에서 전례가 없는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4월 말 현재 20만명을 돌파했으며, 앞으로 이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경제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첫째, 코로나19 확산은 글로벌 건강 위기(Global Health Crisis)라는 점에서 스페인독감 대유행(팬데믹) 상황과 유사하다. 하지만 스페인독감 대유행 당시엔 전 세계 인구의 1%가 사망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의 사망률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정부는 자가격리, 지역폐쇄, 공장가동 중단 등 전례 없는 봉쇄정책을 통해 전염에 따른 사망률을 낮추고 있다. 또한 스페인독감이 창궐하던 시대에 비해 최근에는 위생 조건이 개선되고 의료기술도 크게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요인들도 사망률을 하락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둘째, 스페인독감 대유행기는 높은 사망률을 보였지만 이러한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V자형의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봉쇄조치를 취하였는데, 이런 조치가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봉쇄조치는 노동 공급과 총공급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동시에 경제주체들이 전염병의 확산을 우려하여 소비 및 투자 활동을 자제하면서 총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스페인독감의 경우와 달리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에는 경제가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셋째, 오늘날 한 국가의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다른 국가들과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봉쇄조치는 상대국가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반도체 산업의 예를 들어 보자. 중국의 조업 중단은 부품 부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와 미국의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봉쇄조치 강화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메모리 및 비메모리의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결된 경제구조에서 생산체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관련국들의 봉쇄조치가 동시에 해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전까지 계속될 것이므로, 적어도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물론 정부는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례 없는 경기부양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향후 추가 대응 여력이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재정지출 수단과 한국식 양적 완화 통화정책(QE) 등 예전에 보지 못했던 재정 및 통화정책 수단을 쓰고 있다.
이런 확장적 재정정책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으며 금융시장에서는 국채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 또한 통화정책도 같은 이유로 금리를 지속해서 인하하게 되어 제로금리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향후 정책의 추가 대응 여력에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자.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면, 거시경제는 이전으로 복귀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용했던 이례적인 정책 조치가 우리 사회 및 경제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봉쇄조치와 경기 부양정책 간 상충관계의 후유증이 정책환경 및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향후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현재의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