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취준생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매주 취준생들을 만나 속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응원을 건네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은 합격(pass)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P씨로 칭하겠습니다.
두 번째 P씨(25)는 기업 '영업 관리직'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다. 영업 관리직은 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 점포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게 주 업무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시즌·이슈별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점주와 고객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수요도 적지 않다. 기업이 커질수록 더 필요한 직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13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인재 충원이 가장 필요한 직무'에 대해 '영업/고객상담/영업관리 부문'이라고 답한 비율(27.6%)이 가장 높았다. 다른 인문계열 직군인 경영/사무는 4위(22.1%), 마케팅/홍보는 5위(15.7%)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만난 P씨는 취업 걱정이 컸다. 시장 수요가 많아도 영업 관리직에 지원하는 취준생이 워낙 많다 보니 치열한 경쟁 속에 추풍낙엽 처지가 되기 십상인 탓이다.
◆부족한 해외 경험에 고개 숙인 P씨
보통 실패를 맛본 취준생은 '스스로' 탈락 원인을 분석하고 약점을 보완한다. 이후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P씨는 취업 전선에서 본인의 약점으로 ‘글로벌 역량 부족’을 꼽았다. 해외 경험이 없어서 회화 실력과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P씨가 취업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대외 활동이었다. 현직에 있는 실무진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기획 등을 공부했다. 시각도 넓어졌다. 대외 활동 중 만난 사람들을 보고 ‘다들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구나’라는 생각에 자극이 됐단다.
당시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누구였냐는 물음에 P씨는 '대외 활동만 7개에 유학 경험이 있다는 대기업 관리자'를 꼽았다. “저도 대외활동 4개에 인턴도 했지만 교환 학생 같은 외국 경험이 없는 게 아쉬워요. 영업 관리 직렬은 공모전에 많이 나가고 외국어 몇 개씩은 해야 잘 붙던데...”.
외국어 능력은 취업 준비에 빠지지 않는 요소다. 지난 14일 잡코리아가 취준생 22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지고 싶은 취업 스펙 top 3'에 외국어 회화능력(32.8%, 복수응답)이 포함됐다. 단순한 공인 영어 점수(토익/스피킹 등)는 26.4%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취준생들이 점수로 표현되는 시험 성적보다 외국어 회화능력을 갈망한다는 뜻이다.
회화 능력 향상을 위해 P씨도 유학을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했다. 방학 때는 마케팅 대행사, 방송국 등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무 능력을 키웠다. 학기 중에는 대외 활동을 통해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공모전에 도전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입사지원서를 실무 능력, 어학 성적 등으로 채울 수 있었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려웠다. 입사지원서를 쓰기 위해 기업 정보를 볼 때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P씨는 “전에 지원했던 한 기업은 외국 거주 경험이 있고 회화 능력이 우수한 자는 가산점이 있거나 아예 따로 뽑았다”며 “(회화 능력과 해외 경험이) 취직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해외 경험’은 P씨에게 아킬레스건으로 남았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비슷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해외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은 ‘글로벌 역량’으로 회화 능력까지 어필하기 때문에 P씨는 설 자리가 없다고 느낀다. P씨는 “아예 대놓고 자소서에 글로벌 역량을 어필하라고 하는 곳도 있는데 저는 없어요. 후배들에게 기회가 있으면 외국에 나가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해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채용 과정 중 '해외 경험' 비중 주는 추세
P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해외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나왔다. 사실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다. 언뜻 영업 관리직이라는 직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느껴졌다. 점주들과 소통을 영어로 할 리는 없고, 해외 매장은 해외 지사가 관리할 테니 말이다. 실제로 ‘해외 경험’이 해당 직군에 많은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졌다.
알아 보니 현실은 달랐다. ‘해외 경험’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기업과 취준생의 시각이 엇갈린 것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2019년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128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결산 및 합격 스펙’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채용 시 당락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스펙 1위는 ‘전공’(27.3%)이었다. 이어 ‘기업체 인턴 경험’(15.6%), ‘보유 자격증’(15.6%), ‘대외활동 경험’(7%)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어 회화 능력’은 3.9%에 불과했다.
오히려 '유학 등 해외 경험'은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든 스펙(4위, 9.4%)으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글로벌 시각과 다양한 경험이 많지 않아 ‘유학’이나 ‘해외 경험’이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은 실무를 바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다 보니 전공이 맞으면 직무 이해도가 높고, 인턴 경험도 실무 경험으로 본다. 관련 자격증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해외 경험 부족을 자신의 약점으로 꼽았던 P씨. 그는 인터뷰 중에 "일부 기업은 면접에서 탈락하면 점수를 개인적으로 알려주지만, 보통은 아니다"라며 "경쟁률도 (채용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기사를 통해 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은 자기가 왜 떨어졌는지 이유만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도 했다.
오늘도 수많은 P씨가 제탓을 하며 마음 졸이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정작 기업에서는 중요하게 보지도 않는 '그것' 때문에 애태울 것이다.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약점이, 진짜 약점이 아닐 수도 있어요. 왜 선택하지 않았는지, 뭘 더 준비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 그 기업이, 사회가 잘못한 거예요. 여러분은 잘못이 없어요. 괜찮아질 거예요. 자신감을 갖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꼭 합격 소식을 받을 거예요."
하지만 지난 16일 만난 P씨는 취업 걱정이 컸다. 시장 수요가 많아도 영업 관리직에 지원하는 취준생이 워낙 많다 보니 치열한 경쟁 속에 추풍낙엽 처지가 되기 십상인 탓이다.
◆부족한 해외 경험에 고개 숙인 P씨
보통 실패를 맛본 취준생은 '스스로' 탈락 원인을 분석하고 약점을 보완한다. 이후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P씨는 취업 전선에서 본인의 약점으로 ‘글로벌 역량 부족’을 꼽았다. 해외 경험이 없어서 회화 실력과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P씨가 취업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대외 활동이었다. 현직에 있는 실무진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기획 등을 공부했다. 시각도 넓어졌다. 대외 활동 중 만난 사람들을 보고 ‘다들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구나’라는 생각에 자극이 됐단다.
당시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누구였냐는 물음에 P씨는 '대외 활동만 7개에 유학 경험이 있다는 대기업 관리자'를 꼽았다. “저도 대외활동 4개에 인턴도 했지만 교환 학생 같은 외국 경험이 없는 게 아쉬워요. 영업 관리 직렬은 공모전에 많이 나가고 외국어 몇 개씩은 해야 잘 붙던데...”.
외국어 능력은 취업 준비에 빠지지 않는 요소다. 지난 14일 잡코리아가 취준생 22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지고 싶은 취업 스펙 top 3'에 외국어 회화능력(32.8%, 복수응답)이 포함됐다. 단순한 공인 영어 점수(토익/스피킹 등)는 26.4%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취준생들이 점수로 표현되는 시험 성적보다 외국어 회화능력을 갈망한다는 뜻이다.
회화 능력 향상을 위해 P씨도 유학을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했다. 방학 때는 마케팅 대행사, 방송국 등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무 능력을 키웠다. 학기 중에는 대외 활동을 통해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공모전에 도전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입사지원서를 실무 능력, 어학 성적 등으로 채울 수 있었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려웠다. 입사지원서를 쓰기 위해 기업 정보를 볼 때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P씨는 “전에 지원했던 한 기업은 외국 거주 경험이 있고 회화 능력이 우수한 자는 가산점이 있거나 아예 따로 뽑았다”며 “(회화 능력과 해외 경험이) 취직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해외 경험’은 P씨에게 아킬레스건으로 남았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비슷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해외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은 ‘글로벌 역량’으로 회화 능력까지 어필하기 때문에 P씨는 설 자리가 없다고 느낀다. P씨는 “아예 대놓고 자소서에 글로벌 역량을 어필하라고 하는 곳도 있는데 저는 없어요. 후배들에게 기회가 있으면 외국에 나가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해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채용 과정 중 '해외 경험' 비중 주는 추세
P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해외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나왔다. 사실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다. 언뜻 영업 관리직이라는 직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느껴졌다. 점주들과 소통을 영어로 할 리는 없고, 해외 매장은 해외 지사가 관리할 테니 말이다. 실제로 ‘해외 경험’이 해당 직군에 많은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졌다.
알아 보니 현실은 달랐다. ‘해외 경험’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기업과 취준생의 시각이 엇갈린 것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2019년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128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결산 및 합격 스펙’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채용 시 당락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스펙 1위는 ‘전공’(27.3%)이었다. 이어 ‘기업체 인턴 경험’(15.6%), ‘보유 자격증’(15.6%), ‘대외활동 경험’(7%)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어 회화 능력’은 3.9%에 불과했다.
오히려 '유학 등 해외 경험'은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든 스펙(4위, 9.4%)으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글로벌 시각과 다양한 경험이 많지 않아 ‘유학’이나 ‘해외 경험’이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은 실무를 바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다 보니 전공이 맞으면 직무 이해도가 높고, 인턴 경험도 실무 경험으로 본다. 관련 자격증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해외 경험 부족을 자신의 약점으로 꼽았던 P씨. 그는 인터뷰 중에 "일부 기업은 면접에서 탈락하면 점수를 개인적으로 알려주지만, 보통은 아니다"라며 "경쟁률도 (채용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기사를 통해 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은 자기가 왜 떨어졌는지 이유만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도 했다.
오늘도 수많은 P씨가 제탓을 하며 마음 졸이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정작 기업에서는 중요하게 보지도 않는 '그것' 때문에 애태울 것이다.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약점이, 진짜 약점이 아닐 수도 있어요. 왜 선택하지 않았는지, 뭘 더 준비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 그 기업이, 사회가 잘못한 거예요. 여러분은 잘못이 없어요. 괜찮아질 거예요. 자신감을 갖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꼭 합격 소식을 받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