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돈풀기 효과 저유가가 가로막나

2020-04-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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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위축 막기위한 중앙은행의 전례없는 돈풀기

"모든 국가가 일본처럼 될 수 있다" 경고 나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천문학적인 돈풀기에 나섰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붕괴되는 초유의 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다. 그러나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중앙은행의 부양정책 효과는 반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준 역시 향후 물가상승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과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년까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나리오 2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모든 시나리오 속에서 경우에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양적완화는 자산 버블에만 일조했다는 비판도 일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가의 향방은 물가에 더욱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유가 변화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지만··· 저장공간 부족은 유가 계속 누를 것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원유를 팔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5월 인도분 선물의 급락은 시장에서 다음달 시장에서 원유 실물 인도를 원하는 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5월물 계약을 유지할 경우 실물을 인도받게 된다. 그러나 수요는 없고 저장 공간은 부족한 상황에서 원유를 인도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손해다.

루이스 딕슨 리스타드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오일프라이스닷컴에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의 붕괴는 저장공간 부족에 대한 공포가 실제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 시장에서 원유저장 비용은 크게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200만 배럴급 초대형유조선(VLCC)에 6개월 계약 하루 평균 임대 비용은 1년 전 2만9000달러 수준에서 현재 10만 달러로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유가에 6월 인도분 선물이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다소 진정될 수 있다. 다만 저유가 상황이 쉽게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가 하락으로 미국 석유시추시설의 수도 급감하고 있으며, 생산의 감소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여전히 수십억명의 인류가 팬데믹 영향권에 머무르는 한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도의 교통수단 연료 수요가 50% 급락한 것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수많은 전문가들이 수요 전망치를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 원유 수요 감소는 29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수요는 차츰 회복될 수 있겠지만, 하루 1억 배럴 수준까지 증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임을 모은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마크 루이스 지속가능연구 글로벌 부문장은 앞서 파이낸셜 타임스에 "세계는 이미 화석연료 수요의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와 전기자동차 기술의 빠른 발달로 인해 수요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 삭스의 원자재 시장 전문가는 원유시장의 폭락세가 끝난 게 아니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헤드를 맡고 있는 제프 커리는 2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원유 선물 가격이 다음 달 중순까지는 강한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유가로 높아지는 디플레이션 위험 

저유가의 지속은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더욱 고조시킨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이어진 저금리로 기업 부채가 기록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은 상황을 더욱 급속히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NG는  최근 디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유가의 지속과 함께 이어지는 대량 실업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곧 마이너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국제경제학자는 디플레이션 경향이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됐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은 이 같은 경향의 전조라는 분석이다. 특히 에너지 부문의 물가하락은 5.8%까지 떨어졌다. 의류와 교통비용의 감소도 디플레이션 추세를 강화했다. 

나이틀리는 "휘발유 수요의 급락과 시장에 넘치는 석유로 인한 가격 하락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가장 큰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런 경향이 심화하고 전 산업 분야로 번질 경우, 소비자와 자본 시장에서 또 다른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의 수익은 줄어들고 고용도 축소되며 투자 위축까지 증가할 경우, 대공황 시절과 같이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게 일부 경제학자들의 경고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전 메릴린치 리서치센터 대표)는 "물가 상승이 전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전 세계 합계 수요의 감소와 생산의 차이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며, 적어도 내년에 더욱 명백히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로젠버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주식시장 하락세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길고도 긴 경제의 겨울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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