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날아간 페어웨이의 공작새

2020-04-15 00:00
  • 글자크기 설정

PGA투어 통산 20승

니클라우스의 호적수

샌더스가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에 ‘페어웨이의 공작새’로 불렸다.
 

페어웨이의 공작새 더그 샌더스[로이터=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AP통신 등은 13일(한국시간) "더그 샌더스(미국)가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며 "4월 1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자연사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는 ‘페어웨이의 공작새(Peacock of the Fairways)’로 유명하다. 그에게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패션 센스에 있다. 분홍색, 보라색, 초록색, 노란색 등 소화하기 힘든 의상을 페어웨이 위에서 완벽하게 소화했다.

미국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1973년 “샌더스가 자신의 별명에 걸맞게 맞춤식 골프화와 드레스화를 359켤레나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 패션의 아이콘이 된 그는 매 대회마다 화려한 의상을 선보였다. 카디건, 스웨터, 슬랙스 등 다양했다. 그 결과 1960년대 미국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드라이클리닝 매장을 체인화시켰다.

유명세는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2007년 미국골프전문지인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PGA투어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 두 가지는 ‘파머는 무엇을 촬영했는가’라는 질문과 ‘샌더스는 무엇을 입고 있었나’ 등이었다”고 말했다.

패션 센스만큼 실력도 뒷받침됐다. 1956년 프로로 전향한 샌더스는 1972년까지 16년간 PGA투어 통산 20승을 쌓았다. 최고의 해를 꼽자면 1961년이다. 3월 뉴올리언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5월 콜로니얼 내셔널 인비테이셔널과 핫스프링 오픈, 8월 이스턴 오픈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11월 카준 클래식 오픈 인비테이셔널까지 시즌 5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대를 호령한 선수들과도 대등하게 싸웠다. 1965년 펜서콜라 오픈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1966년 밥 호프 데저트 클래식에서는 ‘킹(King)’ 아널드 파머(미국)를 연장전에서 누르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런 그에게 ‘천추의 한’으로 남은 것이 있다. 바로 메이저 타이틀. PGA투어에는 빅3가 있다. 당대 최고의 선수에게 붙이는 별칭으로 파머와 니클라우스, 개리 플레이어(남아공)가 이에 속한다. 이들이 최고로 손꼽히는 밑바탕에는 메이저 타이틀이 있다.
 

미국 유명 가수이자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와 함께 미소를 보이는 더그 샌더스(오른쪽). [AP=연합뉴스]


니클라우스는 PGA투어 메이저 최다승인 18승을 쌓았다. 플레이어는 9승, 파머는 7승을 거뒀다. 하지만, 샌더스는 메이저 타이틀과 인연이 없었다. 1970년 디오픈 챔피언십이 가장 근접했던 순간이다. 당시 연장전에 돌입한 그는 공교롭게도 니클라우스를 상대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70㎝ 짧은 퍼트. 샌더스의 골프공은 영화처럼 홀 컵을 외면했다.

그는 커리어 통산 메이저 2위만 4차례다. 톱10 진입 13회를 무색하게 했다. 1959년 PGA챔피언십, 1961년 US오픈, 1966년과 1970년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다 잡은 트로피를 놓쳤다.

샌더스의 호적수였던 니클라우스는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샌더스는 화려한 의상으로 '쇼맨'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는 훌륭한 골프선수이자 소중한 친구였다”며 “그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메이저 타이틀이다. 1970년도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PGA투어 통산 20승보다 메이저 2위 4차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훌륭한 선수였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충분한 자격이 있었지만 운이 나빴을 뿐이다. 그는 좋은 친구였고, 멋진 사람이다.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