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화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의 구상권 소송 논란이 일면서, 손보사들이 소송관리위원회 운영 방향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심의 사안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포함시킬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는 주로 자동차보험에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진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 구제를 위해 손보사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한 뒤 가해자에게 구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주로 음주운전, 무면허·뺑소니운전, 무단절취운전사고, 고의사고, 공동불법행위 사고 등이다.
문제는 구상권 청구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경우다. 최근 논란이 된 한화손보와 DB손보도 사고로 고아가 된 아들과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딸들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DB손보는 정부의 '자동차손해보장사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 과정에서 문제가 됐다. 이 사업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량이나 운전자를 알 수 없는 뺑소니 차량의 운행으로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에서 1%씩 떼어 만든 기금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해 돈을 환수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손보사에 위탁했고, DB손보는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만약 DB손보가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았으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DB손보 측은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증빙용으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상대방이 대응하지 않아 우리가 승소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달부터 자동차 손해보장사업을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서 진행하고 있어 이 문제는 진흥원으로 이관됐다"고 말했다.
구상권과 관련한 소송은 대형 손보사를 기준으로 지난 3년 동안 100건으로 1년에 평균 30건 내외 정도다. 구상권 소송은 보험사가 구상하지 못해 소송까지 이어진 만큼 사회적 기준의 잣대로 판단하면 소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손보 업계 의견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소송관리위원회가 있지만 모든 구상권 소송이 심의 사안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며 "소송 당사자의 개인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