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함은 가라. 새로운 민주주의가 온다." 만 18세를 비롯한 투표 새내기는 한국 사회의 '경계인'이다. 투표 새내기들은 '어린 것들이 공부나 할 것이지'라는 생물학적 나이 안에 이들을 가두려는 소위 '꼰대(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나이 많은 사람들 지칭하는 속어)'에 겹겹이 둘러싸였다. 이들은 학교의 정치화 미명 하에 졸지에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발랄한 상상력은 더욱 짓눌린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특히 우리의 파편화 된 법은 경계인에 아슬아슬 서 있는 '투표 새내기'의 존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민법상 결혼의 하한선은 만 18세(부모 동의 전제)다. 이들은 공무원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다. 응시한 시험에 최종 합격만 한다면, 공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입대도 운전면허 취득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성인인가.
그렇지 않다. 민법상 성년의 기준은 만 19세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만 18세 이상 규정과 함께 '고등학교 재학생이 아닐 것'이라는 기준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노래방과 PC방 야간 출입 가능 여부를 각각 판단한다.
꼰대들로 가득한 한국 사회에서 투표 새내기는 '이단아'다. 기억하는가. 2018년 6·13 지방선거 국면에서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위해 삭발 투쟁한 10대 청소년들을. 일부 어른들은 이들에 대한 이단아 시선을 거두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모순을 찌른 10대들이 결국 옳았다. 만 18세 참정권은 1년 반 만에 '보편적 상식'으로 우리 사회에 안착했다. 그래, 10대가 '청소년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지난 3일 본지 '투표 새내기의 대한민국 사용설명서' 기획에 참여한 10명(강태영, 구민영, 김다빈, 김민혁, 김재호, 김종담, 노민우, 윤동기, 이수빈, 호재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한마디로 '아무런 규정도 뒤집어쓰고 싶지 않다'였다. 온 인류의 문명사가 담긴 '헌법' 그대로 운용되는 사회였다.
자유와 평등, 인권과 복지, 평화를 꿈꾸는 사회다. 대학 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이 교육을 받는 국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 대한민국, 소수자라는 이유로 숨어 지내지 않는 '상식적 사회'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시작이다. 영국의 정치가 토머스 모어가 말한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정해놓은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는 꿈이 아니다. 상식을 배반하지 않은 이들의 용감한 행동은 조만간 정치판을 뒤엎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들은 선언했다. "기성세대의 잔치는 끝났다."
◆"정치에 관심 가진 시기요?…중학교 때요"
투표 새내기의 자기소개 이후 본격적인 정치 토론이 시작됐다. 첫 주제는 '나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였다. 투표 새내기의 입에선 '탄핵', '세월호', '강남역 살인 사건' 등의 단어가 쏟아졌다. 4년 전 이들은 중학생에 불과했다.
호재민씨는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권력을 바꾼 사건"이라며 "2016년 중학교 3학년 때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구민영씨도 마찬가지였다. 민영씨는 "이후 고등학교 입학 후 어썸스쿨의 체인지메이킹 활동 등을 하면서 여성 등 소수자 문제에 눈을 떴다"고 전했다.
김다빈씨는 "나도 중학교 3학년 때인 2016년인데, 탄핵보다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주변 친구들과 여성 등 소수자 인권을 위한 법안과 정책 등을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은 2016년 5월 17일 서울 서초구 한 노래방에서 불특정한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 한동안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선 피해자 여성 추모제가 열렸다.
다만 일부 남성들은 "우리가 잠재적 가해자냐"고 반발, 이를 둘러싼 남녀 구도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숙제로 남았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13일 상고심에서 살인범 김성민에게 징역 30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10대가 겪은 탄핵·세월호부터 PC주의까지
김재호씨는 '세월호' 얘기를 꺼냈다. "2014년 중학교 1학년 때 세월호 사건을 겪었어요. 국가의 가장 기본 기능인 '국민 보호 의무'가 실현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방임자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더불어민주당 총선 캠프에서 뛰고 있는 김종담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청소년 언론사에서 활동했다"며 "이후 고등학교 때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 정책 참여 기구인 '청소년특별회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도 언급됐다. 윤동기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면서 PC(정책의 올바름)주의에 의거한 방침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했다"며 "그러면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어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내 이익을 찾다가 정치에 눈을 떴다. 정치가 바뀌고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지면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김민혁), "초등학교 때 꿈이 국회의원이었다. (영국 최초의 여성 보수당 당수인) 마거릿 대처 같은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강태영) 등의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책임정치 無·기득권 문화"…쏟아진 비판
투표 새내기가 생각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호재민씨는 "한국 정치가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책임 정치를 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빈씨는 "다양성이 전혀 없다. 지금 정치는 기득권끼리 파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싸움"이라고 비판했다.
구민영씨는 "정치·사회적 이슈가 한쪽으로 편중됐다"며 "내 한 표가 제대로 한 표가 되지 않는 거대 양당체제도 문제"라고 진보진영의 영원한 숙제인 사표 논쟁을 꺼냈다. 이수빈씨도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도가 문제"라고 가세했다.
김재호씨는 "정책 토론의 비중이 적다는 것과 상대방 견제 과정에서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목적전치 현상이 문제"라며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기씨는 "감정주의로 흐른다는 점"이라며 "정치에 감정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문제가 커진다"고 전했다.
"국회가 많이 늙었다"(김종담), "과거에 연연한다"(김민혁) "소통의 부재"(노민우) 등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투표 새내기 분노케 한 'n번방' 사건
이슈 토론으로 주제가 넘어가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n번방' 이슈 등에선 공동 연대와 찬반 대립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다.
투표 새내기들은 현재 진행형인 n번방 사건에 대해 "추악한 범죄"라며 강력한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사형제도를 살려야 한다"(김민혁) 등의 반응도 나왔다.
n번방 사건은 2018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 앱을 통해 이뤄진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다. 피해자 중학생 등 미성년자를 포함, 전 국민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6만명에 달하는 n번방 가입자에 대한 '전원 신상공개' 요구도 뜨겁다.
구민영씨는 "n번방 텔레그램에 들어갈 때 주민등록증 인증을 해야 하지 않나. 26만명이 다 남성"이라며 "성별 갈등을 떠날 수 없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사회교육의 실패가 왜 남성에게 두드러졌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n번방 사건은 수많은 판례를 먹고 자란 것"이라고 '봐주기 선고'를 일삼는 사법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다수의 투표 새내기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가수 정준영은 지난 3일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추가로 받았다.
다만 "남녀 문제 요소도 있지만, 인간 존엄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강태영)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정부 출범 후 청년실업↑"···점수 '최저 50·최대 80점'
후반부 주제는 '만 18세를 포함한 20대는 문재인 정부에 왜 등을 돌리나'였다. 이들의 첫 번째 반응은 "이전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였다. 다만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처에선 다수가 "잘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 역시 경제가 문제였다. 윤동기씨는 "적폐 청산을 한 부분은 잘했다고 보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청년 실업이 높아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현 정부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가장 낮은 50점(윤동기)부터 60점대(구민영·이수빈), 70점대(김다빈), 80점대(노민우)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다만 평가 시기의 문제나 주체의 문제 등을 이유로 평가를 유보한 투표 새내기(김재호·호재민)도 있었다.
◆"만16세 투표권, 교육감 선거부터"
마지막 주제는 선거연령의 '추가 인하'와 '만 18세의 투표율 전망'이었다. 우리보다 만 18세 투표권을 먼저 쟁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오스트리아는 만 16세 선거권을 인정한다. 다수 국가도 이를 위한 선거개혁 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중학생 때 정치에 눈을 떴다고 말한 이들은 '중학생 투표권 부여'에 찬성하지 않을까. 결론은 "시기적으로 이르다."
김민혁씨는 "만 18세 인하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며 "급진적으로 바꾸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태영씨도 "만 17세까지가 적당하다"고 전했다. 노민우·이수빈·구민영씨도 "고등학생이 마지노선"이라고 답했다.
비판에서 그치지 않았다. 호재민씨는 "학창 시절 만 18세 인하와 동시에 만 16세 교육감 투표권 인정을 주장했다"며 "교육감은 학생의 삶과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만 16세에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종담씨도 "교육감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투표 새내기들은 "만 18세의 투표율이 대체로 낮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직 우리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10명의 투표 새내기는 쓸데없이 과격하지도, 위험하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지도 않았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젊음이 아니다."
특히 우리의 파편화 된 법은 경계인에 아슬아슬 서 있는 '투표 새내기'의 존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민법상 결혼의 하한선은 만 18세(부모 동의 전제)다. 이들은 공무원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다. 응시한 시험에 최종 합격만 한다면, 공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입대도 운전면허 취득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성인인가.
그렇지 않다. 민법상 성년의 기준은 만 19세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만 18세 이상 규정과 함께 '고등학교 재학생이 아닐 것'이라는 기준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노래방과 PC방 야간 출입 가능 여부를 각각 판단한다.
꼰대들로 가득한 한국 사회에서 투표 새내기는 '이단아'다. 기억하는가. 2018년 6·13 지방선거 국면에서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위해 삭발 투쟁한 10대 청소년들을. 일부 어른들은 이들에 대한 이단아 시선을 거두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모순을 찌른 10대들이 결국 옳았다. 만 18세 참정권은 1년 반 만에 '보편적 상식'으로 우리 사회에 안착했다. 그래, 10대가 '청소년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자유와 평등, 인권과 복지, 평화를 꿈꾸는 사회다. 대학 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이 교육을 받는 국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 대한민국, 소수자라는 이유로 숨어 지내지 않는 '상식적 사회'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시작이다. 영국의 정치가 토머스 모어가 말한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정해놓은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는 꿈이 아니다. 상식을 배반하지 않은 이들의 용감한 행동은 조만간 정치판을 뒤엎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들은 선언했다. "기성세대의 잔치는 끝났다."
◆"정치에 관심 가진 시기요?…중학교 때요"
투표 새내기의 자기소개 이후 본격적인 정치 토론이 시작됐다. 첫 주제는 '나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였다. 투표 새내기의 입에선 '탄핵', '세월호', '강남역 살인 사건' 등의 단어가 쏟아졌다. 4년 전 이들은 중학생에 불과했다.
호재민씨는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권력을 바꾼 사건"이라며 "2016년 중학교 3학년 때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구민영씨도 마찬가지였다. 민영씨는 "이후 고등학교 입학 후 어썸스쿨의 체인지메이킹 활동 등을 하면서 여성 등 소수자 문제에 눈을 떴다"고 전했다.
김다빈씨는 "나도 중학교 3학년 때인 2016년인데, 탄핵보다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주변 친구들과 여성 등 소수자 인권을 위한 법안과 정책 등을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은 2016년 5월 17일 서울 서초구 한 노래방에서 불특정한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 한동안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선 피해자 여성 추모제가 열렸다.
다만 일부 남성들은 "우리가 잠재적 가해자냐"고 반발, 이를 둘러싼 남녀 구도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숙제로 남았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13일 상고심에서 살인범 김성민에게 징역 30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10대가 겪은 탄핵·세월호부터 PC주의까지
김재호씨는 '세월호' 얘기를 꺼냈다. "2014년 중학교 1학년 때 세월호 사건을 겪었어요. 국가의 가장 기본 기능인 '국민 보호 의무'가 실현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방임자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더불어민주당 총선 캠프에서 뛰고 있는 김종담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청소년 언론사에서 활동했다"며 "이후 고등학교 때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 정책 참여 기구인 '청소년특별회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도 언급됐다. 윤동기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면서 PC(정책의 올바름)주의에 의거한 방침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했다"며 "그러면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어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내 이익을 찾다가 정치에 눈을 떴다. 정치가 바뀌고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지면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김민혁), "초등학교 때 꿈이 국회의원이었다. (영국 최초의 여성 보수당 당수인) 마거릿 대처 같은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강태영) 등의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책임정치 無·기득권 문화"…쏟아진 비판
투표 새내기가 생각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호재민씨는 "한국 정치가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책임 정치를 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빈씨는 "다양성이 전혀 없다. 지금 정치는 기득권끼리 파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싸움"이라고 비판했다.
구민영씨는 "정치·사회적 이슈가 한쪽으로 편중됐다"며 "내 한 표가 제대로 한 표가 되지 않는 거대 양당체제도 문제"라고 진보진영의 영원한 숙제인 사표 논쟁을 꺼냈다. 이수빈씨도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도가 문제"라고 가세했다.
김재호씨는 "정책 토론의 비중이 적다는 것과 상대방 견제 과정에서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목적전치 현상이 문제"라며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기씨는 "감정주의로 흐른다는 점"이라며 "정치에 감정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문제가 커진다"고 전했다.
"국회가 많이 늙었다"(김종담), "과거에 연연한다"(김민혁) "소통의 부재"(노민우) 등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투표 새내기 분노케 한 'n번방' 사건
이슈 토론으로 주제가 넘어가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n번방' 이슈 등에선 공동 연대와 찬반 대립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다.
투표 새내기들은 현재 진행형인 n번방 사건에 대해 "추악한 범죄"라며 강력한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사형제도를 살려야 한다"(김민혁) 등의 반응도 나왔다.
n번방 사건은 2018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 앱을 통해 이뤄진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다. 피해자 중학생 등 미성년자를 포함, 전 국민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6만명에 달하는 n번방 가입자에 대한 '전원 신상공개' 요구도 뜨겁다.
구민영씨는 "n번방 텔레그램에 들어갈 때 주민등록증 인증을 해야 하지 않나. 26만명이 다 남성"이라며 "성별 갈등을 떠날 수 없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사회교육의 실패가 왜 남성에게 두드러졌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n번방 사건은 수많은 판례를 먹고 자란 것"이라고 '봐주기 선고'를 일삼는 사법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다수의 투표 새내기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가수 정준영은 지난 3일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추가로 받았다.
다만 "남녀 문제 요소도 있지만, 인간 존엄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강태영)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정부 출범 후 청년실업↑"···점수 '최저 50·최대 80점'
후반부 주제는 '만 18세를 포함한 20대는 문재인 정부에 왜 등을 돌리나'였다. 이들의 첫 번째 반응은 "이전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였다. 다만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처에선 다수가 "잘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 역시 경제가 문제였다. 윤동기씨는 "적폐 청산을 한 부분은 잘했다고 보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청년 실업이 높아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현 정부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가장 낮은 50점(윤동기)부터 60점대(구민영·이수빈), 70점대(김다빈), 80점대(노민우)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다만 평가 시기의 문제나 주체의 문제 등을 이유로 평가를 유보한 투표 새내기(김재호·호재민)도 있었다.
◆"만16세 투표권, 교육감 선거부터"
마지막 주제는 선거연령의 '추가 인하'와 '만 18세의 투표율 전망'이었다. 우리보다 만 18세 투표권을 먼저 쟁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오스트리아는 만 16세 선거권을 인정한다. 다수 국가도 이를 위한 선거개혁 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중학생 때 정치에 눈을 떴다고 말한 이들은 '중학생 투표권 부여'에 찬성하지 않을까. 결론은 "시기적으로 이르다."
김민혁씨는 "만 18세 인하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며 "급진적으로 바꾸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태영씨도 "만 17세까지가 적당하다"고 전했다. 노민우·이수빈·구민영씨도 "고등학생이 마지노선"이라고 답했다.
비판에서 그치지 않았다. 호재민씨는 "학창 시절 만 18세 인하와 동시에 만 16세 교육감 투표권 인정을 주장했다"며 "교육감은 학생의 삶과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만 16세에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종담씨도 "교육감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투표 새내기들은 "만 18세의 투표율이 대체로 낮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직 우리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10명의 투표 새내기는 쓸데없이 과격하지도, 위험하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지도 않았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젊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