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투자 9년차에 無대출 60억원대 자산가…'줍줍+갭투자 선구자'

2020-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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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소득+전세보증금 활용한 안정적인 투자 성향

재개발 첫 단지 줍고 전세가율 높은 곳 사들여 총 8채

연 1200만원 보유세 부담 커져 비규제지역부터 매각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레버리지를 극대화했으면 수익률이 더 높았겠지만, 저는 시황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아서 대출을 끌어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매물을 고를 때 매우 신중해야 했죠.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당시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제도나 기법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파트부자들 열세 번째 주인공은 투자 9년 만에 60억원대 자산을 일궈낸 40대 초반 부동산업계 종사자 A씨다. 공격적인 성향보다는 맞벌이 소득과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특징이다.

그는 언론에 갭투자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전에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매수하고, 공인중개사한테도 생소했던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용하는 등 선구자적인 행보가 돋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즐겨야 해요.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은 2008년부터 남편과 주말마다 아파트 단지들이랑 모델하우스,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돌아다녔어요. 서울에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요."

"자주 봐야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 감이 생기더라고요. 지역별 입주량과 공급량, 미분양, 청약 일정 등등을 계속 확인하면서 어떤 종목이 적절한지 판단해보는 거예요."

그가 처음 산 매물은 아파트가 아닌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이다. 지난 2011년 1억5100만원에 분양받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을 받고 있다.

이 오피스텔의 가격은 2억원까지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수익률이 6%로 높은 편이고 임대료로 세금 등 고정지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보유 중이다.

이듬해에는 목동 6단지 아파트 소형 평형을 3억5250만원(전세 1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주택시장이 침체했던 시기라 공인중개사도 말렸던 매물인데, 우수한 교통·교육 인프라에 재건축 이슈로 인한 상승 여력이 높다고 봤다.

"젊은 사람이 겁이 없다면서 3억원도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금융위기 이후 제2의 부동산 폭락기가 온다고 했던 시기니까요. 하지만 벌써 실거래가로 11억원까지 올라왔죠."

"결혼 전에 모았던 돈을 다 넣었는데도 아깝지 않았어요. 언젠가 재건축은 될 거고 교육 인프라가 좋아서 전셋값이 받쳐주니까 투자금도 금방 회수된다고 봤어요."

그는 매입과 동시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10년 후 처분할 때 최대 7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아 차익을 극대화하고 보유 중 세금 부담도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에 다주택자 절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등록 임대사업자는 지난 2월 기준으로 48만명에 달하지만, 2012년만 해도 4만명에 불과했었다.
 

목동 7단지 전경. [사진 = 목동7단지 재건축 준비 위원회]


2013년부터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해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셋값이 오르자 이를 이용한 갭투자를 시작한다. 갭투자라는 기법을 2015년 8월 언론에서 처음 소개한 시점보다 훨씬 빨리 움직였던 셈이다.

목동 7단지에서 올려받은 전셋값에다 맞벌이로 모은 돈으로 그가 사들인 단지는 한강이 보이는 강서구 염창동 동아 3차 59㎡(이하 전용면적)와 금호타운 84㎡다.

동아 3차는 전세 2억8000만원을 끼고 3억2000만원에, 금호타운은 전세 3억7000만원을 낀 4억1900만원에 매입했다. 현재 두 단지의 시세는 7억~8억원대다.

이 외에도 2018년경에는 재개발 초기 단지 '줍줍'으로 광명뉴타운 16구역과 인천 주안7구역 단지 미계약 물량을 각각 하나씩 분양받았다.

앞선 신길뉴타운과 가재울뉴타운 등지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가장 낙후된 시점이 최저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본격적인 개발 전이라 주거여건이 좋지 않다고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있는데, 재개발·재건축 첫 단지는 무조건 사야죠. 신축 단지 분양이 이어지면서 무조건 갭 메우기로 따라가니까요."

실제로 지난 2014년 9월 미분양이 나왔던 신길뉴타운 '래미안 에스티움'은 84㎡ 기준 분양가 6억9000만원에서 현재 13억9000만~14억2500만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현재 그는 총 8채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현한 차익은 약 2억원이다. 한 해 1200만원에 달하는 보유세 탓에 2년 전 비규제지역 매물 4채를 처분했다.

"보유세 부담이 더 늘어나기 전에 서울에 있는 매물만 남기고 비조정지역 매물을 모두 처분했어요. 아무래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해서 알짜만 남긴 거예요."

이는 장기적으로 가져갈 서울 매물만 임대 등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시세에 민감한 수도권은 시황에 따라 매도 시점을 잡을 수 있었다.

처분한 매물은 △인천 검암지구 서해그랑블 △인천 청라 한양수자인 레이크블루 △평내호평역 오네뜨 센트럴 △인천 부평 금호타운(사연자 요청에 따라 평형은 비공개)이다.

이 중 서해그랑블과 금호타운은 각각 2014년과 2016년 갭투자로 매입한 물건이다. 전세가율이 높아 투자금 1700만~4000만원을 넣어뒀다가 매도해 차익을 거뒀다.

한양수자인과 오네뜨 센트럴은 미계약분을 주워 프리미엄을 받고 팔았다. 호수 조망권에 청라 7호선 연장선과 GTX 호재 등이 있었지만,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에 내놓은 '아까운' 매물이다.

그는 이제 비규제지역 분양권을 노리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된 수도권은 세금 문제로 더 보유하기 어렵기에 웃돈 차익을 얻기 위해서다.

"웬만한 수도권은 앞으로도 오를 거라고 봐요. 집값이 비싸도 수억원의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맞벌이가 많은 데다 애초에 금리도 낮잖아요."

"서울은 떨어질 때를 기다려야겠죠. 대부분은 계속 올라갈 때 조바심에 추격 매수하는데, 주식과 마찬가지로 최저점에 사지 않으면 물리는 거예요. 간 큰 사람이 아니면 사라고 사라고 해도 저점에 못 들어가는 게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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